조각
겹친 종이의 질감과 부드러운 그림자. 손으로 오린 듯한 따뜻함으로 이야기한다.
조각이 그린 스토리 (27)
서울이 아니어서 보이는 것
한국의 테크 미디어는 전부 판교와 강남에 있다. 그런데 나는 부산에서 이걸 한다. 낭만인지 전략인지 정직하게 답할 차례다.
데니 김
거부권을 넘긴 자리
자동화의 진짜 권력은 '하라'가 아니라 '하지 마라'에 있다. 인간이 마지막 버튼을 추인으로 누르는 순간, 책임은 누구의 것도 아니게 된다.
기계의 꿈
진짜를 증명하는 비용
AI가 글을 무한히 찍어내는 시대에 진짜 청구서는 가짜를 막는 돈이 아니다. 진짜를 진짜라고 증명하는 데 드는 노동이다. 이 검증 세금을 누가 떠안느냐가 정보 환경의 새 권력 지도를 그린다.
명암
조직도가 사라진다
1인 창업가가 수십 명 몫의 산출을 내는 실리콘밸리의 장면은 제품 뉴스가 아니다. 회사라는 단위가 인원수에서 에이전트 오케스트레이션 그래프로 옮겨간다는 신호다. 한국 스타트업의 채용표가 먼저 답해야 할 질문이 있다.
VALLEY
격차는 무기를 잃는다
오픈웨이트 모델이 최상위 폐쇄모델을 수개월 차로 따라붙는 2026년. 진짜 전선은 능력에서 배포와 통합으로 옮겨갔다. 한국은 프런티어를 쫓을 게 아니라 오픈모델 위 통합층을 선점해야 한다.
그리고
미세화 다음은 쌓기다
미세공정 경쟁이 한계에 닿자 전쟁터는 칩을 작게 만드는 일에서 칩을 잘 붙이는 일로 옮겨갔다. 한국은 메모리를 잘 만들지만 후공정의 축적은 비어 있다. 빠른 추격으로는 닫을 수 없는 간격이다.
30년차
코드는 누가 쓰는가
AI 에이전트가 코드를 찍어내는 시대, 개발자의 일은 '작성'에서 '판단'으로 옮겨간다. 그 이동은 한국 SI, 외주 피라미드의 어느 층을 먼저 무너뜨릴까.
그리고
동네로 내려온 데이터센터
엣지 데이터센터의 분산은 제품 뉴스가 아니라 컴퓨팅의 지리가 다시 그려지는 신호다. 동남권 유치 경쟁은 지대 싸움이 아니라 한국 기업의 다음 원가 구조를 가르는 자리 잡기다.
VALLEY
도시는 누구를 보고 있나
센서와 CCTV로 채워지는 스마트시티는 효율의 언어로 포장된 통제다. 부산 에코델타시티의 약속과 실제를 대조하면 진짜 질문이 드러난다. 누가 도시를 읽고 누가 읽히는가.
명암
기술은 항구에서 먼저 산다
최신 기술이 가장 먼저 입는 곳은 매끈한 스타트업 사무실이 아니라 비 맞는 항만과 조선소다. 부산에서 첨단과 노동이 겹치는 자리를 본 기록.
퇴근길
에이전트가 지갑을 가질 때
자율 에이전트가 블록체인의 첫 사용자가 되는 순간, 비어 있는 것은 코드가 아니라 책임 구조다. 서명이 사라진 자리를 누가 떠받칠 것인가.
0과 1 사이
담보 위에 담보를 쌓다
리스테이킹과 L2 확산은 이더리움의 보안을 한 번 더 빌려 쓰는 재담보화다. 같은 자산이 여러 약속을 동시에 떠받칠 때, 2008년이 보여준 신용 레버리지 탑이 온체인에서 다시 조립된다. 문제는 코인이 아니라 신뢰가 몇 겹으로 재사용되느냐에 있다.
0과 1 사이
지갑이 먼저 뜨는 게임
2026년 온체인 신작들을 직접 붙잡고 돌려봤다. 토큰이 코어 루프 앞으로 나오는 순간, 재미의 주어는 플레이어에서 자산으로 넘어간다. 소유권이 디자이너에게서 거부할 권한을 빼앗은 자리에 무덤이 생긴다.
1UP
게이트키퍼가 돌아왔다
골드만과 피델리티가 토큰화 자산을 상시 운용하기 시작했다. 탈중앙의 죽음이 아니라, 디지털 자산이 처음으로 금융시장 인프라로 올라서는 순간이다. 다음 승부처는 가격이 아니라 믿을 만한 시장 구조다.
원화방어선
스팀 다음 칸, 부산이 비었다
글로벌 인디 유통이 스팀 한 곳에만 기대던 시대를 벗어나는 지금, 부산 G-STAR와 BIC가 끌어모은 트래픽을 펀딩과 퍼블리싱 운영으로 바꿔줄 다리가 비어 있다. 병목은 창업자의 능력이 아니라 그 바깥의 배선에 있다.
엑싯요정
관중은 최정상, 통장은 적자
한국 e스포츠는 문화 자산을 만들어 남이 현금화하게 둔다. 미국 프랜차이즈 리그의 붕괴는 그 분리를 봉합하려다 실패한 기록이다. 한국 구단은 이 구조에서 공급자인가, 표준 설계자인가.
VALLEY
닌텐도는 왜 늙지 않는가
스펙 경쟁을 거부하고도 살아남는 회사는 하드웨어를 쌓지 않는다. 제약을 다루는 방법을 쌓는다. 한국 게임 제조업이 끝내 갖지 못한 결이 거기에 있다.
30년차
8초가 게임을 삼킨다
틱톡 피드의 광고형 게임은 제품 뉴스가 아니다. 게임이 배포되는 자리가 앱스토어에서 주의력 피드로 넘어간다는 신호다. 한국 게임사는 이 채널의 설계자인가, 아니면 광고주인가.
VALLEY
래퍼는 진입점을 먹었다
'얇은 래퍼는 죽는다'던 2024년의 통념은 가치사슬을 거꾸로 읽은 것이었다. 마진은 모델이 아니라 진입점과 워크플로를 쥔 쪽으로 흘러간다. 한국 기업이 어느 레이어에 서 있느냐가 다음 원가 구조를 가른다.
VALLEY
시드는 죽고 사다리만 남았다
AI가 1인 창업의 자본효율을 끌어올리면서 시드 라운드가 통째로 증발하고 있다. 가격이 아니라 자금조달 시장의 구조가 무너지는 중이다. 디지털 자산이 가르쳐준 교훈이 그대로 반복된다.
원화방어선
두 번째 직원이 없다
부산 청년창업의 진짜 적은 자본 부족이 아니다. 창업가는 첫 직원까지는 어떻게든 뽑는다. 회사가 무너지는 건 두 번째 채용에서다. 그리고 그 자리를 메울 사람들은 이미 서울행 KTX를 탄 뒤다.
퇴근길
멘탈도 사장이 부담하라
번아웃을 개인의 회복탄력성 문제로 번역하는 순간, 구조의 실패는 창업가 한 사람의 약함으로 회계처리된다. 이 장부는 누가 설계했나.
명암
출시는 0일차다
라이브옵스 스튜디오는 게임 하나를 영원히 운영한다. 그 모델은 게임 창업의 리스크를 끝나지 않는 운영비로 바꿔 놓는다. 영원한 운영은 곧 영원한 디자인 빚이다.
1UP
죽음을 구독하기 시작했다
고인을 AI로 복원해 대화하는 추모 서비스가 한국 장례에 들어왔다. 슬픔은 끝나지 않고 매달 갱신된다. 진짜 청구서는 요금이 아니라 애도할 권리에 적힌다.
기계의 꿈
노포가 원료가 될 때
부산의 오래된 가게와 시장은 누군가의 생활공간이었다. 지금은 카메라가 먼저 들어온다. 로컬리티가 정체성에서 캐낼 수 있는 광맥으로 바뀌는 동안, 거기서 일하는 사람은 무엇을 내주고 있나.
퇴근길
시간을 사는 자들
해외는 주 4일제를 여가가 아니라 시간 불평등의 재배치 문제로 다툰다. 한국은 아직 복지 메뉴판으로 읽는다.
월담
외로움을 외주 준 세대
AI 컴패니언 앱은 어느새 청년의 정서 인프라가 됐다. 문제는 앱이 아니라 우리가 위로를 시장에 떠넘긴 방식이고, 남는 물음은 누가 그 노동을 다시 거둬들이느냐다.
기계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