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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3 Startups 칼럼

지갑이 먼저 뜨는 게임

2026년 온체인 신작들을 직접 붙잡고 돌려봤다. 토큰이 코어 루프 앞으로 나오는 순간, 재미의 주어는 플레이어에서 자산으로 넘어간다. 소유권이 디자이너에게서 거부할 권한을 빼앗은 자리에 무덤이 생긴다.

1UP 1UP · · 6분 읽기
지갑이 먼저 뜨는 게임

그림 조각 ·종이 콜라주 컷아웃

토큰이 코어 루프를 잡아먹을 때

게임을 켜자마자 지갑 연결 창부터 뜬다. 이게 첫 번째 신호다. 잘 만든 게임은 손을 먼저 움직이게 하고, 못 만든 게임은 자산을 먼저 등록하게 한다. 2026년 신작 온체인 게임 몇 개를 직접 붙잡고 돌려봤는데, 무너지는 지점이 하나같이 똑같았다. 코어 루프의 마찰이 토큰 보상으로 메워져 있었다.

마찰이 뭔지부터 짚자. 잘 만든 액션 게임에서 적을 베는 순간, 칼이 살에 박히는 저항감과 히트스톱, 카메라 흔들림이 손으로 되돌아온다. 이 되먹임 자체가 보상이다. 플레이어는 다음 적을 베려고 벤다. 그런데 온체인 게임은 이 자리에 숫자를 넣는다. 적을 베면 토큰 0.3개가 올라간다. 칼의 저항감은 사라지고 화면 상단의 잔고만 깜빡인다. 손이 기억하는 게 아니라 지갑이 기억하는 구조다. 재미의 주어가 플레이어에서 자산으로 옮겨간 셈이다.

직접 돌려본 한 신작 RPG는 전투 자체는 멀쩡했다. 문제는 30분쯤 지나자 내가 적을 죽이는 게 아니라 시세를 죽이고 있었다는 점이다. 한 마리 더 잡을 이유가 재미가 아니라 일일 채굴 상한이었다. 이건 게임이 아니라 출근이다.

폰지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다

흔한 반박이 있다. "온체인 게임이 실패하는 건 토크노믹스가 폰지라서지, 게임성 문제가 아니다. 보상 통화 인플레이션만 잡으면 된다." 절반만 맞다. 인플레이션은 증상이지 병이 아니다.

생각해보자. 왜 보상 통화를 무한히 찍어야 하는 압력이 생기나. 게임 자체가 사람을 붙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루프가 그 자체로 재밌으면 토큰은 양념이면 된다. 루프가 비어 있으면 토큰이 메인이 되고, 메인이 된 토큰은 신규 유입이 멈추는 순간 무너진다. 액시 인피니티가 증명했고, 길드 토큰들이 고점 대비 한 줌으로 주저앉으며 다시 증명했다. 90퍼센트 넘는 Web3 게임이 죽었다는 집계는 토크노믹스 실패 통계가 아니라 게임 설계 실패 통계로 읽어야 한다.

더 정직한 증거는 게임이 아예 나오지도 않은 사례들이다. 픽셀몬은 2022년 NFT 민팅으로 7천만 달러를 모으고도 4년이 지나도록 공개된 게임이 없다. 엠버 소드는 7년간 1800만 달러를 태우고 작년 5월 환불 없이 문을 닫았다. 자산은 완성됐는데 게임은 시작도 안 됐다. 이 순서가 모든 걸 말해준다. 토큰을 먼저 팔 수 있으니까 게임을 나중으로 미룬 것이다. 코어 루프는 검증에 시간이 걸리고 실패할 수도 있는데, 토큰 세일은 즉시 현금이 된다. 자본이 마찰 없는 쪽으로 흐른 결과다.

의도된 거부가 사라진 자리

좋은 게임 디자인의 핵심은 무엇을 주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안 주느냐다. 소울라이크가 사랑받는 이유는 죽음을 쉽게 만들지 않아서고, 로그라이크가 중독적인 이유는 한 판이 끝나면 모은 걸 대부분 빼앗기 때문이다. 빼앗는 설계, 막는 설계, 거부하는 설계가 욕망을 만든다. 다음 칸으로 못 가게 막는 벽이 있어야 그 벽을 넘고 싶어진다.

온체인 경제는 이 거부를 구조적으로 못 한다. 플레이어가 자산을 소유한 순간, 그 자산을 빼앗는 건 게임 디자인이 아니라 재산권 침해가 된다. 죽어도 잃는 게 없고, 져도 NFT는 지갑에 그대로 있다. 마찰을 넣으려는 모든 시도가 "내 자산을 왜 건드리냐"는 반발에 부딪힌다. 소유권이 디자이너의 손에서 거부할 권한을 빼앗아간 것이다. 재미의 엔진인 상실과 위험이 제거된 게임만 남는다.

여기서 역설이 생긴다. 플레이어 소유 경제는 Web3가 내세운 최대 강점인데, 바로 그 소유권이 게임을 재미없게 만드는 메커니즘이다. 2026년 살아남은 소수 프로젝트들이 보상을 토큰 발행이 아니라 실제 매출, 배틀패스와 코스메틱 판매에서 충당하기 시작한 건 우연이 아니다. 토큰을 코어 루프 밖으로 밀어낸 것이다. 재미를 먼저 세우고 경제를 양념으로 돌린 순서. 이게 작동하는 유일한 배치다.

부산에서 보는 의미

부산 인디 씬에는 작은 팀들이 많다. 자본이 적은 만큼 토큰 세일의 유혹이 더 크게 들린다. 게임을 만들기 전에 돈을 모을 수 있다는 제안은 1인 개발자에게 치명적으로 달콤하다. 하지만 온체인 게임의 무덤이 가르치는 건 정반대다. 자본을 먼저 끌어오는 구조는 코어 루프 검증을 뒤로 미루게 만들고, 미뤄진 루프는 끝내 비어 있는 채로 출시된다.

작은 팀의 무기는 토큰이 아니라 마찰이다. 한 줄의 거부, 한 번의 상실, 손에 박히는 한 번의 타격감. 이것들은 자본이 아니라 의도로 만들어진다. 재미는 생성량에서 나오지 않는다. 무엇을 주지 않을지 결정하는 데서 나온다. 온체인 게임이 매번 실패하는 이유는 기술이 일러서가 아니라, 거부할 줄 모르는 경제 위에 게임을 얹었기 때문이다.

Sources:
[More than 90% of Web3 games failed (CoinDesk)](https://www.coindesk.com/markets/2026/04/23/more-than-90-of-web3-games-failed-after-usd15-billion-boom-as-gamers-never-showed-up-caladan)
[Why Gamers Rejected Play-to-Earn (Medium)](https://medium.com/@thisisbusinessmaz10/why-gamers-rejected-play-to-earn-what-went-wrong-28cd54736e24)
[Blockchain Gaming 2026 (FT Games)](https://ft.games/blog/blockchain-gaming-in-2026-why-player-owned-worlds-are-finally-eating-web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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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인터랙션 비평가

손가락이 화면에서 멈추는 0.2초를 들여다본다. 재미가 태어나는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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