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Questions for Next Busan · Day 8 of 18
그레이 (Kim Hyunseung) · 2026년 5월 28일
6월 12일, 5만 7천 원에서 300만 원으로
부산 서면의 한 원룸형 객실은 평소 금요일이면 5만 7천 원에 예약된다. 6월 12일에는 300만 원이다. 50배다.
한 곳만의 예외가 아니다. 부산일보가 5월 22일 부산진구의 2~3성급 호텔을 검색해보니 서면 A호텔의 6월 12일 요금은 74만 5천 원, 평소의 4.5배가 넘었다. 양정동 B호텔은 평소 5만 원대이던 금요일 객실이 6월 12일에는 55만 7천 원으로 10배 가까이 뛰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이 부산 135개 숙박업소를 조사한 결과 공연 주말의 평균 요금은 전후 주말의 2.4배였고, 일부 업소는 7.5배까지 올렸다. 부산을 피한 손님이 김해로 향하자 김해 모텔마저 평소 5만 3천 원이던 객실을 39만 2천 원, 7배로 올렸다.
5월 26일, BTS 멤버들은 미국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수상 직후 켠 위버스 라이브에서 부산 숙박 요금 폭등을 직접 짚었다. 자기 공연을 보러 오는 팬들에게 이런 값이 매겨지고 있다고. 비슷한 무렵 SNS에는 외국 팬들이 부산에서 물 한 병도 사지 않겠다고 적었다.
이 도시는 보름 사이에, 자기를 보러 오는 사람들의 신뢰를 잃었다.
노마드는 도시의 신뢰를 시험하는 사람들이다
모종린은 『크리에이터 소사이어티』에서 노마드 시티를 유연성·창조성·개인화·압축화·네트워크화의 다섯 축으로 정의한다. 한 달 살기, 워케이션, N잡러, 재택근무자, 부업하는 크리에이터 — 한자리에 매이지 않고 도시들을 오가며 일하고 사는 사람들이다. 도시는 이제 누가 거주하는가만이 아니라 누가 들렀다 가는가로도 측정된다.
이들이 도시를 평가하는 첫 기준은 단순하다. 가격이 예측 가능한가, 규칙이 믿을 만한가. 한 달 살기의 본질이 거기에 있다. 도시 하나에 베팅을 거는 일이고, 그 베팅의 전제는 내가 머무는 동안 게임의 규칙이 갑자기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BTS 사건은 바로 그 베팅이 깨지는 장면이었다. 일주일 전 5만 원이던 방이 공연 발표가 나자 값이 뛰고, 몇 달 전 예약한 객실이 오버부킹을 이유로 취소된 뒤 같은 방이 더 비싸게 다시 올라온다. 이런 곳은 제도가 있는 도시가 아니라 이벤트마다 시장이 새로 정해지는 도시다. 노마드는 이런 도시에 다녀가지 않는다. 한 번도 오지 않는다.
시장이 작동하지 않으니 사찰이 메운다
부산시는 4월 22일부터 특별사법경찰·공정거래위원회·한국소비자원·부산소방재난본부로 단속단을 꾸려 아시아드 주경기장 일대를 점검하고 있다. 5월 22일에는 시청에서 가격안정 대책회의가 열렸다. 결론은 단속, 착한 가격 업소 지정, 공공숙박 임시 개방이었다.
문제는 단속의 한계다. 투숙 가격을 조정할 법적 권한이 시에 없고, 단속을 위한 법 개정도 늦어진다. 숙박업소가 폭등한 요금을 요금표에 적어두기만 하면 지자체가 제재할 길이 없다. 가격은 자율이다. 부산시 스스로 이 한계를 인정한다.
그래서 사찰이 메운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부산·경남 사찰 템플스테이를 BTS 공연 관람객 숙소로 열었다. 천년고찰 범어사는 6월 11일부터 14일까지 외국인 관광객 20명에게 2인 1실 숙소와 사찰음식을 무료로 내준다. 선암사는 15명, 홍법사는 최대 48명을 받는다. 내원정사 템플스테이 21개실은 이미 전 객실 예약이 끝났다. 부산도시공사가 운영하는 아르피나는 기존 요금을 그대로 둔 채 전 객실 예약을 마쳤다.
후쿠오카에서 13년 전에 시청 직속 부서가 했을 일을, 2026년 부산은 사찰과 공기업이 임시로 메우고 있다. 시민사회의 미덕이지만, 동시에 도시의 미성숙이다. 제도가 없으니 매번 새로 정해야 한다. Q7에서 보았던 26년의 풍경이 BTS 보름 안에 그대로 되풀이된다.
그러나 미성숙은 빌더의 여지다
여기서 한 번 멈추자. 부산이 사람을 머물게 하지 못하는 도시라는 사실은 — 머물게 할 수 없는 도시라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물리적 자산. 부산은 컴팩트하다. 해운대에서 서면, 서면에서 광안리, 광안리에서 영도까지 30분 안에 닿는다. 바다와 산이 같은 도시 안에 있는 광역시는 한국에 부산뿐이다. 한 도시 안에 항만 산업·영화제·관광·금융 단지·원도심·해양 레저가 모두 들어 있다. 노마드가 한 도시 안에서 일·생활·취미를 분리하지 않고 살아볼 수 있는, 한국에서 거의 유일한 광역시다.
지리적 자산. 김해공항에서 후쿠오카가 한 시간. 도쿄·상하이·타이베이가 두 시간 안. 시간대는 도쿄와 같고, 홍콩·싱가포르와는 한 시간 차이다. 동남아 노마드 입장에서 부산은 서울보다 가까운 한국 게이트웨이다. 김해공항 국제선이 더 풀리면 동남아 전체가 두 시간 권역이 된다.
경제적 자산. 생활비는 서울의 60% 수준이다. 1인 가구가 부담 없이 한 달 살아볼 수 있는 가격대가 살아 있다. 코워킹·카페·바·갤러리의 밀도가 도시 크기 대비 높다. 한국에 와서 살아보고 싶지만 서울은 너무 비싸다는 외국 노마드에게 부산은 거의 유일한 답이다.
완성된 도시가 아니라는 점, 그것이 노마드에게는 결정적인 매력이 될 수 있다. 후쿠오카는 이미 만들어졌다. 사람을 머물게 하는 시스템이 13년치 쌓여 있다. 들어가서 덧붙일 여지는 좁다. 부산은 다르다. 지금 만들어지는 중이다. 사람을 머물게 하는 방식 자체를 지금 정의하는 사람이 도시의 다음 형태를 결정한다.
미성숙은 부끄러움이 아니라 빌더에게 보내는 초대장이다. 문제는 부산이 그 초대장을 스스로 쓰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다음 부산은 누가 머무는 도시인가
사람을 머물게 하는 도시는 곧 돌아오는 도시다.
Q2에서 우리는 20대 5만 명이 떠난 부산을 보았다. 그들은 일자리만 따라간 게 아니다. 자기를 머물게 해줄 도시를 따라간 것이다. 노마드 인프라가 갖춰진 도시는 외국 디지털 노마드만 머물게 하는 게 아니라, 떠난 한국 청년이 N잡러·크리에이터·원격근무자로 정착할 수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머물게 하는 시스템은 외국인 정책이 아니다. 도시의 운영 방식이다. 누가 와서 머무를 수 있는가 — 그 답이 곧 지금 사는 사람이 떠나지 않을 이유와 같다.
6월 14일이면 BTS도 떠나고 외국 팬들도 떠난다. 5만 7천 원이 다시 5만 7천 원이 된다. 그때 부산이 자기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두 개다.
첫째 — 사람을 머물게 하는 일을 책임지는 단일 조직을 만들 것인가. Q7에서 보았듯, 부산에는 해양수도정책과는 있지만 사람이 머무는 일을 책임지는 곳은 없다. 가격 안정도, 공공숙박 조정도, 외국인 정착 지원도, 한 달 살기 인프라도 다른 부서·다른 출자기관에 분산되어 있다. 이걸 하나의 정착 도시 추진본부로 묶고, 시장 교체에 영향받지 않는 조례 단위로 박을 것인가. 아니면 다음 대형 공연 때 다시 사찰에 부탁할 것인가.
둘째 — 빌더 사이드에서 누가 첫 인프라를 지을 것인가. 정착 비자 컨설팅, 한 달 살기 패키지, 외국인 전용 코워킹, 노마드 커뮤니티, 영문 도시 가이드 — 이 영역은 시청보다 빌더가 먼저 움직여야 만들어진다. 부산이 지금 만들어지고 있다면, 만드는 사람은 지금 부산에 있는 사람이다.
부산은 누구를 머물게 할 수 있는가. 답은 부산 자신에게 있다 — 시청에도,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에게도.
Busanloop · 18 Questions for Next Busan · Q8
참고: 모종린, 『크리에이터 소사이어티』, 김영사, 2024, pp.330–339 ("흩어지고 연결되는 노마드 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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