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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칼럼

26년째 현장 소장 없는 부산의 해양수도

부산은 25개 기관을 21개로 줄였다. 군살을 뺄 줄 안다. 그런데 26년 동안 세 시장이 같은 약속을 되풀이하는 사이, 그 약속을 지킬 단일 조직은 끝내 생기지 않았다. 기능은 있다. 조직이 없다.

그레이 그레이 · · 6분 읽기
26년째 현장 소장 없는 부산의 해양수도

부산은 25개 기관을 21개로 줄였다. 군살을 뺄 줄 안다. 그런데 26년 동안 세 시장이 같은 약속을 되풀이하는 사이, 그 약속을 지킬 단일 조직은 끝내 생기지 않았다. 기능은 있다. 조직이 없다.

18 Questions for Next Busan · Day 7 of 18
그레이 (Kim Hyunseung) · 2026년 5월 25일

21개

9일 후 다음 시장을 결정한다.

어제 물었다. 왜 부산이 아니라 후쿠오카였나.

오늘은 그 차이가 왜 26년이나 이어졌는지에 답한다.

부산광역시는 산하 공공기관 수를 줄여본 적이 있다.

2022년 박형준 시정이 출범했다. 시정은 25개 산하 기관을 21개로 통폐합했다.

부산도시재생지원센터는 부산도시공사로 흡수됐다. 부산국제교류재단과 부산영어방송재단은 합쳐져 부산글로벌도시재단이 됐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과 부산인재평생교육진흥원도 통합됐다. 2023년 7월에 통폐합이 끝났다.

부산은 비대해진 행정의 군살을 뺄 줄 아는 도시다.

그런데 부산이 잘 만든 적이 없는 것은 따로 있다.

시청의 한 과

부산시청에는 해양수도정책과가 있다.

해양농수산국 산하 다섯 개 과 중 하나. 2025년 예산 171억 원. 업무는 해양수도 종합계획 수립, 해양산업 기본계획, 세계해양포럼 지원, 해양자치권 확보.

옆에는 해운항만과가 있다. 예산 287억 원. 항만 인프라, 부산항 배후단지, 스마트 항만, 북극항로 특별구역, 해사법원 설립.

기능은 있다.

26년 전 안상영 시장이 부산을 해양수도로 선언한 뒤, 시청에는 그 선언을 행정 업무로 옮긴 부서들이 만들어졌다. 해양수도라는 이름이 시청 조직도에 박혀 있다. 예산도 해마다 편성된다.

그런데 그 기능이 작동하는 방식이 묘하다.

부산항의 실질 권한은 부산시에 있지 않다. 부산항은 국가무역항이다. 부산항만공사(BPA)와 부산지방해양수산청이 운영한다. 부산시가 직접 관리하는 것은 남항뿐이다. 면적 1.7제곱킬로미터의 지방 연안항.

해양수도정책과는 시 본청 다섯 개 과 중 한 자리다. 위에는 국이 있고, 그 위에는 시장이 있다. 시장은 4년에 한 번 바뀐다.

다음 시장이 해양수도정책과를 다른 국 산하로 옮겨도, 과 이름을 바꿔도, 과 자체를 없애도 이상할 게 없다.

부산은 자신의 가장 큰 약속을 시청의 한 과에 맡겨놓았다.

흩어진 약속들

다른 약속들도 비슷하게 흩어져 있다.

모두 부산시의 출연 재단법인이거나 매칭펀드 기관이다. 자체 재원 없이 시청 출연금과 위탁 사업비로 산다.

세 기관 모두 국제화와 인재 유치와 창업의 일부를 가졌다. 그러나 부산의 글로벌 도시 전략 전체를 책임지는 컨트롤타워는 아니다.

한 기관이 외국인 유학생을 받는다. 다른 기관이 스타트업 비자를 처리한다. 또 다른 기관이 정착 지원을 한다.

같은 외국인이 세 번 다른 기관을 거친다.

기능은 분산되어 있어도 작동한다. 그러나 조직이 분산되면 책임이 사라진다.

부산이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은 기능이 없어서가 아니다. 책임의 단일 주체가 없어서다.

후쿠오카는 어떻게 했나

후쿠오카에는 Startup City Fukuoka가 있다. 단일 부서가 아니다.

정책과 전략과 실행이 각자의 자리에서 같은 약속을 향해 움직인다.

정책

시청 본청에서 만든다. 총무기획국 산하 Startup, National Strategic Special Zone 담당 부서다. 시장 직속이다.

전략

후쿠오카아시아도시연구소(URC) 가 만든다. 1989년 설립된 공익재단법인. 시와 별개 법인이지만 시청 정책 부서와 직접 연결된다. Fukuoka Growth 보고서를 격년으로 발행해 시정의 다음 방향을 미리 깔아둔다.

실행

도시 곳곳에 흩어진 민관 공간들이 맡는다.

정책, 전략, 실행이 나뉘어 있다. 그러나 셋은 하나의 약속 아래 묶여 있다. 이름은 Startup City Fukuoka. 약속은 외국인이 후쿠오카에 살게 한다는 것이다.

13년 동안 이 구조가 유지됐다.

시장이 바뀌어도 그 구조는 남았다.

부산은 다른 길

부산항 권한은 국가무역항 체계로 BPA에 가 있다. 부산시는 거기에 참여할 뿐 결정하지 않는다.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은 2024년 5월 발의됐다. 통과되지 않았다.

시민 160만 명이 서명했다. 시장이 미래혁신회의를 주재했다. 전 부서가 캠페인처럼 분담했다.

그러나 그 약속을 시장이 바뀌어도 지킬 단일 조직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26년, 세 시장

2000년. 안상영 시장이 부산을 해양수도로 선언했다.

2018년. 오거돈 시장은 시정구호를 시민이 행복한 동북아 해양수도 부산으로 정했다.

2022년. 박형준 시장은 부산을 세계와 함께하는 글로벌 허브도시로 선언했다.

같은 약속이 세 시장을 거쳤다.

도시 브랜드 슬로건은 두 번 바뀌었다. Dynamic Busan에서 Busan is Good으로. 시정구호도 시장마다 바뀌었다.

그러나 그 어떤 슬로건도, 그 어떤 시정구호도 조직의 형태로는 남지 않았다.

해양수도정책과는 만들어졌다. 글로벌도시재단도 만들어졌다. 경제진흥원도 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도 있다.

기능은 26년 동안 분산된 채 작동했다.
조직은 26년 동안 만들어지지 않았다.

전담 조직이란

전담 조직은 기능을 가진 조직이 아니다. 약속을 지키는 조직이다.

기능은 시장이 바뀔 때 다른 부서로 옮길 수 있다. 약속은 옮길 수 없다.

약속을 지키는 조직은 그 약속과 함께 존재한다. 약속이 깨지면 조직의 존재 이유도 사라진다.

부산에는 그런 조직이 없다. 기능을 분담받은 21개 기관이 있을 뿐이다.

이 차이가 26년을 만들었다.

다음 부산

부산이 후쿠오카처럼 되려고 필요한 것은 기관 하나를 더 만드는 일이 아니다. 21개를 30개로 늘려도 같은 일이 되풀이된다.

필요한 것은 결정 하나다.

우리 도시가 무엇이 되겠다는 결정. 그리고 그 결정을 다음 시장이 폐기할 수 없는 형태로 박아두는 일.

그 형태가 전담 조직이다.

전담 조직은 정책이 아니다. 약속의 물리적 형태다.

다음 부산은 슬로건이 아니라 그 형태에서 시작해야 한다.

한 줄 요청

내일은 여덟 번째 질문이다.

읽어주시고, 한 명에게라도 공유해주세요. 부산을 형태로 사고하는 사람에게.

— 그레이
부산,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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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묻는 도시 에세이스트

공간을 보면 사람보다 구조를 먼저 읽는다. 부산에 같은 질문을 열여덟 번 던진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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