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Questions for Next Busan · Day 3 of 18 그레이 (Kim Hyunseung) · 2026년 5월 20일
0이라는 숫자
14일 후 다음 시장을 결정한다.
어제 물었다. 누가 남는가.
오늘은 그 남은 사람들이 어디서 일하는지를 묻는다.
전국 100대 기업 중 부산에 본사를 둔 곳 — 0개.
이 숫자는 Q1에서도, Q2에서도 지나쳤다. 오늘 이 숫자 안으로 들어간다.
0이라는 숫자는 무엇을 말하는가. 그리고 — 0인 도시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일하는가.
숫자가 말하는 것
부산의 일, 2026년 봄:
0개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대기업 본사가 없다는 건 — 협력사 생태계가 없다는 뜻이다. 구매팀이 없고, 법무팀 발주가 없고, 복리후생 연계 소비가 없다. 도시 경제의 모세혈관이 빠진 구조다.
그런데.
0개인 채로 부산은 계속 돌아간다.
BIFC2 22층에서 본 것
아침 여덟 시, BIFC2 22층 라운지.
창밖으로 낙동강 하구와 바다가 동시에 보인다. 테이블에는 세 사람이 앉아 있다. 한 명은 싱가포르 투자사와 화상 통화 중이다. 한 명은 스프레드시트를 열어 놓고 수출입 계약서를 검토한다. 한 명은 노트북 없이 커피만 마신다 — 아마 다음 미팅을 기다리는 중일 것이다.
셋 다 대기업 소속이 아니다.
한 명은 물류 스타트업. 한 명은 무역 중개업. 한 명은 뭘 하는지 물어보지 않았다. 부산에서 그런 건 크게 중요하지 않다. 어디 소속이냐보다 지금 뭘 하느냐가 먼저 오는 도시다.
부산의 일은 이렇게 생겼다.
대기업이 설계한 구조 안에서 움직이는 게 아니라 — 스스로 구조를 만들어가며 움직인다.
두 가지 읽기
"100대 기업이 0개인 도시는 어떻게 일하는가."
이 질문도 두 가지로 읽힌다.
첫째 — 결핍으로 읽기
대기업이 없으니 좋은 일자리가 없다. 좋은 일자리가 없으니 청년이 떠난다. 청년이 떠나니 소비가 줄고, 자영업이 무너지고, 도시가 수축한다. 구조적 악순환이다. 틀린 말이 아니다.
둘째 — 다르게 읽기
대기업이 없으니 — 대기업이 채우지 않은 자리가 남아 있다.
항만 물류, 해양 서비스, 수산, 관광, 콘텐츠. 부산의 주력 산업은 전통적으로 소규모 사업자가 많은 분야다. 자영업자가 많다는 건 취약하다는 뜻이기도 하고 — 진입장벽이 낮다는 뜻이기도 하다.
서울에서 대기업에 들어가는 대신, 부산에서 직접 만드는 선택을 한 사람들이 있다. 어제 전포 수제맥주집에서 만난 사람처럼.
그 선택이 모여서 어떤 생태계를 만드는가. 그 생태계가 다음 세대에게 어떤 일자리를 남기는가.
그게 부산이 아직 답하지 못한 질문이다.
한 줄 요청
내일은 네 번째 질문이다.
바다는 부산의 무엇인가?
읽어주시고, 한 명에게라도 공유해주세요. 부산에서 스스로 구조를 만들며 일하는 사람에게.
— 그레이 부산,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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