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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칼럼

부산은 어떻게 좋은 사람을 알아보는가

사람을 고르는 데는 두 가지가 있다. 기준으로 추려내는 선별, 시간으로 찾아내는 발굴. 측정이 정교해질수록 선별은 누구나 한다. 도시에 남는 단 하나의 차별점은 한 사람을 오래 보고 알아보는 안목이고, 그 안목은 반복되는 만남에서만 자란다.

그레이 그레이 · · 4분 읽기

선별과 발굴

사람을 고르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선별이다. 학력, 경력, 자격증, 포트폴리오, 수상 이력. 기준을 세워 거기 맞는 사람은 통과시키고 안 맞는 사람은 떨어뜨린다. 빠르고, 공정해 보이고, 설명하기 쉽다. 청년 지원사업이든 창업 패키지든 인재 채용이든, 부산의 거의 모든 선발이 이렇게 사람을 고른다.

다른 하나는 발굴이다. 이 사람이 오래 갈 사람인가, 부산을 좋아하는가, 어려울 때 도망가지 않을 사람인가. 기준표에 없고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 것들이다. 그래서 선별보다 훨씬 어렵고 느리고, 설명하기 어렵다.

이 글의 명제는 단순하다. 좋은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은 측정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반복되는 만남에서 자란다.

숫자는 사람을 말해주지 않는다

지난 글들에서 우리는 부산이 무엇을 측정하지 않는지 보았다. 측정은 신뢰가 자라는지를 추적하는 도구일 뿐, 신뢰 자체를 만들지는 못한다. 사람을 고르는 일도 마찬가지다.

측정이 점점 더 정교해지는 시대다. 한 사람의 학력, 이력, 결과물, 평판을 이제는 기계가 몇 초 만에 분석해 점수를 매긴다. 측정한 값으로 사람을 추려내는 일은 이미 사람의 손을 떠나고 있다. 더 빠르고 더 정확하게 추려내는 도구가 해마다 더 싸진다.

그래서 선별만으로는 아무도 앞서가지 못한다. 누구나 같은 도구로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같은 사람을 추려낼 뿐이다. 거기서 남는 차이는 단 하나, 기준표에 없는 것을 알아보는 안목이다. 측정이 다 끝난 자리에서 비로소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시작된다.

부산이 빌더를 놓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부산의 선발은 추려내는 데는 능숙하지만 발굴하는 데는 서툴다. 기준표를 통과하는 사람은 어디서나 통과한다. 정작 부산이 알아봐야 할 사람은 기준표로는 안 보이지만 부산을 깊이 좋아하는 사람이다.

추려낸 사람과 발굴한 사람은 다르다

한 번의 평가로 사람을 고르는 일의 한계는 숫자로도 드러난다.

한국에서 창업한 기업의 1년 생존율은 64.8%, 3년 생존율은 44.5%, 5년 생존율은 32.1%다. 처음 시작한 셋 중 둘이 5년 안에 사라진다. 선발의 순간에는 모두가 유망해 보였을 것이다. 서류가 훌륭했고, 발표가 매끄러웠고, 기준표를 통과했다. 그러나 기준표를 통과하는 능력과 5년을 버티는 능력은 다른 것이었다.

선별은 선발의 순간만 본다. 그 사람이 일 년 뒤 어떻게 일하는지, 삼 년 뒤 어떻게 실패를 견디는지, 오 년 뒤에도 여전히 거기 있는지는 한 번의 평가로 알 수 없다. 부산이 진짜 알아봐야 할 것은 지금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오래 갈 사람인데, 선별로는 그 둘을 구분하지 못한다.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다는 액셀러레이터조차 서류와 짧은 면접으로 합격을 가른다. 빠르고 효율적이지만, 그렇게 하면 기준표를 잘 쓰는 사람을 뽑게 된다. 정작 도시가 필요로 하는, 오래 머물 사람과는 다를 수 있다.

발굴은 반복에서만 가능하다

좋은 사람을 알아보는 일을 영어는 scout라 부른다. 묻힌 원석을 찾아 오래 따라다닌다는 뜻이다. 프랑스어는 reconnaître, 다시(re) 안다(connaître)이니 한 번이 아니라 거듭 보고서야 안다는 말이다. 일본어 見出す는 묻힌 것을 끄집어내 발견한다는 뜻이다. 세 언어가 같은 곳을 가리킨다. 사람을 알아보는 일은 쳐내는 일이 아니라 찾아내는 일이고, 한 번이 아니라 반복에서만 가능하다.

그러면 그 안목은 어떻게 기르는가. 방법은 하나뿐이다. 반복되는 만남이다. 한 사람을 한 번 보고 알 수는 없다. 분기마다 다시 보고, 작년에 시작한 일이 올해 어디까지 왔는지 확인하고, 약속 하나가 지켜졌는지 본 뒤에야 비로소 이 사람이 보인다. 안목은 매뉴얼에 적을 수 없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오래 지켜본 시간 안에만 쌓인다. 그 시간은 단축되지 않는다. 측정 도구가 아무리 빨라져도, 5년을 버틸 사람인지는 5년에 가까운 시간을 들여야 보인다.

부산이 좋은 사람을 알아보는 도시가 되려면 선별을 늘릴 게 아니라 반복되는 만남을 지을 자리가 필요하다. 한 해 지원하고 끝나는 사업이 아니라 같은 사람을 몇 해에 걸쳐 다시 보는 구조, 심사위원이 매번 바뀌는 평가가 아니라 한 사람을 오래 지켜본 시선이 이어지는 구조, 한 번의 선발로 자격을 부여하는 게 아니라 시간이 지나며 신뢰가 쌓이는 구조다. 사람을 봐줄 중간관리자가 더 필요하다는 말이 아니다. 같은 사람을 오래 보는 시간이 제도 안에 박혀야 한다는 말이다.

이것은 효율과는 반대 방향이다. 느리고, 품이 들고, 숫자로 증명하기 어렵다. 그러나 측정이 다 끝난 시대에 도시가 가질 수 있는 단 하나의 차별점이다. 좋은 사람을 발굴하는 일은 부산이 아직 짓지 않은 첫 번째 자리다. 그 자리를 짓는 것은 더 정교한 평가표가 아니라 한 사람을 오래 보겠다는 약속이다.

그리고 발굴한 다음에는 어떻게 성장시킬 것인가. 그게 다음 질문이다.

18 Questions for Next Busan Day 13 of 18 · 그레이 (Kim Hyunse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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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그레이

그레이

부산을 묻는 도시 에세이스트

공간을 보면 사람보다 구조를 먼저 읽는다. 부산에 같은 질문을 열여덟 번 던진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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