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Unsplash의 Johan Mouchet
지금은 혼자 회사를 만드는 시대다.
2019년 미국에서 새로 생긴 스타트업의 4분의 1이 1인 창업이었다. 2026년에는 셋 중 하나를 넘어섰다. 창업 1년 차 기업의 평균 직원 수는 20년째 줄어, 한때 일고여덟 명이던 것이 이제 두세 명이다. 코드도 디자인도 마케팅도 고객 응대도 한 사람이 도구 몇 개로 해낸다. 예전 같으면 열 명이 매달려야 했던 일이다.
그러니 이렇게 생각하기 쉽다. 이제 사람은 덜 필요해졌다고. 모이지 않아도 된다고. 각자 자기 방에서, 자기 화면 앞에서 혼자 다 하면 된다고.
이 글의 명제는 그 반대다. 혼자 다 할 수 있게 될수록 사람은 더 모인다. 한 사람을 어딘가로 부르는 것은 정책도 건물도 아니다. 이미 거기서 무언가 만들고 있는 다른 한 사람이다.
그런데, 더 모인다
혼자 다 할 수 있게 된 바로 그 시대에, 사람들은 오히려 한곳으로 몰리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한물갔다는 말이 무성했다. 그런데 실제 데이터는 반대였다. 신생 기업의 절반 이상이 다시 샌프란시스코에 자리를 잡았고, 그 비율은 AI 붐과 함께 더 빠르게 오르고 있다. 원격으로 다 할 수 있는 시대에, 사람들은 굳이 비자와 비용을 감수하며 한 도시로 모여든다.
왜인가. 한 창업자는 이렇게 말했다. 원격 근무는 새 아이디어를 만들고 실행하는 속도를 떨어뜨린다고. 그 창업자는 어느 커피숍 CEO 모임에서, 뉴스나 보고서로는 영영 얻지 못했을 정보를 첫손으로 얻었다. 누가 어떤 모델을 싸게 돌리는지, 어디서 막힌 문제를 누가 풀었는지. 그런 것은 검색되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만 건너간다. 실리콘밸리의 위치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는, 우연한 대면 만남이 혁신에 미치는 효과가 상당하다는 것을 숫자로 확인했다. 혼자 다 할 수 있다는 것과 혼자 있어도 된다는 것은 다른 말이었다.
모으는 것은 무엇인가
그러면 사람을 한곳으로 모으는 것은 무엇인가.
좋은 사무실이 아니다. 싼 임대료도, 번듯한 지원 프로그램도 아니다. 그런 것으로 사람을 부를 수 있다면, 가장 좋은 건물과 가장 많은 예산을 가진 도시가 이미 다 모았을 것이다.
사람을 부르는 것은 이미 거기서 무언가 만들고 있는 다른 한 사람이다. 빌더는 빌더를 보고 온다. 한 사람이 거기서 진짜 무언가를 하고 있으면, 그것을 본 다른 한 사람이 온다. 그리고 그 둘을 본 셋째가 온다.
모임을 살리는 것은 머릿수가 아니다. 한 명의 진짜가 열 명의 구경꾼보다 한 자리를 살린다. 그 한 명이 다른 한 명을 알아보고, 그 사이에 무언가 오갈 때 비로소 자리는 살아 있는 것이 된다.
행사는 사람을 부를 수 있어도 머물게 하지는 못한다. 머물게 하는 것은 또 만나고 싶은 다른 한 사람이다. 이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다. 건물은 돈으로 짓고 프로그램은 예산으로 열지만, 진짜 한 사람은 돈으로 데려오지 못한다. 그가 거기 있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사람을 모으는 일이 돈이 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어떤 곳은 돈을 낸다고 아무나 들어가지 못한다. 멤버를 심사하고, 누가 그 안에 있는지를 관리한다.
왜인가. 누가 거기 있는가가 그 공간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진짜들이 모인 자리는 그 밀도 자체가 값이 된다. 돈이 사람을 모으는 게 아니다. 알아봄으로 지킨 밀도가 돈을 부른다. 순서가 그렇다.
그렇다면 부산을 향해 묻게 된다. 부산은 건물을 지었고, 창업 공간을 열었고,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러나 건물과 행사는 사람을 부를 뿐 머물게 하지는 못한다. 지난 글에서 보았듯, 부산은 인재를 길러 내보내는 데 익숙하다.
그 인재가 떠나는 이유 중 하나가 여기 있다. 떠난 곳에는 이미 거기서 만들고 있는 다른 한 사람이 있고, 부산에는 그 한 사람을 만날 자리가 충분하지 않았다. 부산이 지어야 할 것은 더 많은 공간이 아니라, 진짜 한 사람이 또 다른 한 사람을 만나는 밀도다.
사람을 모으는 일
혼자 다 할 수 있는 시대에, 도구는 점점 더 많은 것을 대신한다. 코드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짓고, 답을 찾는다. 그러나 한 가지는 대신하지 못한다. 사람을 모으는 일이다.
AI는 당신을 대신해 그 자리에 있어줄 수 없다. 누군가의 눈을 보며 알아보고, 그가 또 오고 싶게 만들고, 그와 다른 누군가를 잇는 일. 그것은 측정되지 않고, 자동화되지 않으며, 도구로 대신할 수 없다. 가장 인간적인 일이고, 그래서 가장 귀한 일이 되어 간다. 혼자 다 할 수 있게 될수록, 사람을 모으는 사람의 자리는 사라지는 게 아니라 더 커진다.
그리고 부산이 모아야 할 사람 중에는 이미 부산을 떠난 사람도 있다. 그들은 어디에 있으며, 어떻게 다시 이어지는가. 다음 질문이다.
18 Questions for Next Busan
Day 15 of 18 · 그레이 (Kim Hyunse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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