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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칼럼

부산은 무엇을 측정하지 않는가

부산이 측정하지 않는 영역의 목록은, 부산이 신뢰 인프라를 짓지 않은 영역의 목록과 거의 일치한다. 운영을 만드는 건 측정이 아니라 신뢰다. 측정은 신뢰가 남긴 결과를 뒤따라가며 기록하는 도구일 뿐이다.

그레이 그레이 · · 6분 읽기
부산은 무엇을 측정하지 않는가

18 Questions for Next Busan · Day 9 of 18

그레이 (Kim Hyunseung) · 2026년 5월 28일

부산이 자랑하는 숫자들

부산은 자기에 대해 많은 것을 측정한다.

세계 5위 컨테이너 항만 (DNV·Menon 2025). 7위 컨테이너 처리량 (2024 TEU). 부산국제영화제 관객 수. 등록 외국인 주민. 분기별 청년 인구 순유출. 지역내총생산. 일자리 종합 실태조사. 부산 빅데이터 포털과 Big-데이터웨이브에 매년 갱신되어 올라오는 숫자들이다.

이 숫자들이 측정되는 이유는 단순하다. 책임지는 부서가 있고 매년 발표할 의무가 있으며, 외부에서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측정되지 않는 영역의 목록은 무엇을 말하는가.

이 글의 답은 단순하다. 부산이 측정하지 않는 영역의 목록은, 부산이 신뢰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은 영역의 목록과 거의 일치한다.

격언이 놓친 것

비즈니스에 오래된 격언이 있다.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 없다. 흔히 피터 드러커가 한 말로 인용되지만, 드러커 연구소는 그가 그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확인했다. 원형은 1956년 경영학자 V. F. Ridgway의 논문이고, Ridgway는 그 글에서 측정을 옹호하기는커녕 측정의 무분별한 사용을 경고했다.

격언이 살아남는 동안 그 경고는 잊혔다. 그래서 비즈니스도 도시도 같은 함정을 반복한다. 측정 가능한 것을 곧 중요한 것으로 둔갑시키고, 측정되지 않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사라진다. 분기 매출은 측정한다. 고객의 신뢰는 측정하기 어렵다. 매출만 좇다가 신뢰를 잃은 비즈니스의 목록은 길다. 컨테이너 처리량은 측정한다. 시민의 신뢰는 측정하기 어렵다. 도시도 같은 길을 간다.

도시의 핵심 자산은 측정 가능한 숫자가 아니다. 시민·빌더·방문자 사이에 흐르는 신뢰의 깊이다. 그러나 신뢰는 직접 측정되지 않는다. 결과로만 드러난다 — 누가 머물렀는가, 누가 돌아왔는가, 누가 다시 왔는가.

격언은 뒤집어야 한다. 측정이 운영을 만들지 않는다. 신뢰가 운영을 만들고, 측정은 그 신뢰가 자라고 있는지를 추적하는 도구다. 도구를 도구로 쓰지 않으면 — 명함의 수가 늘었다고 신뢰가 늘었다고 착각하게 된다. 그러나 도구가 없으면, 신뢰가 자라는지 무너지는지조차 알 수 없다.

부산이 측정하지 않는 것의 목록

부산 빅데이터 포털을 들여다보면 측정되는 것은 분명하다. 측정되지 않는 것도 그만큼 분명하다.

컨테이너 처리량은 측정한다. 항만 일자리의 청년 비율은 측정하지 않는다. 부산은 세계 5위 항만이지만, 그 항만이 청년에게 신뢰받는 일터인가는 통계에 없다.

부산국제영화제 관객 수는 측정한다. 영화제 이후 부산에 거주를 결정한 영화인의 수는 측정하지 않는다. 관객은 방문이고, 거주는 신뢰의 결과인데, 후자를 보지 않는다.

외국인 관광객 수는 측정한다. 외국인 체류 일수, 1년 후 재정착률은 측정하지 않는다. 부산은 누가 왔는지는 안다. 누가 머물렀는지는 모른다.

20대 인구 유출은 측정한다. 부산MBC 보도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에만 청년 4,480명이 순유출됐다. 그러나 떠난 청년 중 다시 돌아온 사람의 비율 — 귀환율은 측정하지 않는다. 떠남은 일자리의 부재일 수 있다. 돌아오지 않음은 다른 것이다.

입주 기업 수는 측정한다. 빌더 밀도 — 인구 대비 1인 사업자, 코워킹 스페이스, 메이커스페이스, 신규 창업 등록 — 는 부서별로 흩어져 있고 한 곳에 모이지 않는다. 도시에 무언가를 짓기로 결정한 사람의 수가 늘고 있는지 줄고 있는지, 한눈에 보여주는 지표가 없다.

대형 행사 후 정산 매출은 측정한다. 행사 기간 가격 변동률, 예약 취소율, 방문자 신뢰 지수는 측정하지 않는다. BTS 부산 공연이 끝나면 부산시는 경제 효과 몇 억 원은 발표할 것이다. 그 보름 동안 부산이 얼마나 신뢰를 잃었는지는 발표하지 않을 것이다. 측정한 적이 없으므로.

각 행이 시리즈의 한 편과 닿는다. Q1에서 Q8까지의 진단들이 — 왜 청년은 떠나는가, 100대 기업이 0개인 도시는 어떻게 일하는가, 부산은 누구를 머물게 할 수 있는가 — 결국 한 가지 사실로 모인다. 부산이 측정하지 않는 영역은 부산이 신뢰 인프라를 짓지 않은 영역이다. 그리고 측정하지 않으니, 자기가 짓지 않았다는 사실조차 보이지 않는다.

후쿠오카가 측정한 것은 숫자가 아니었다

Q6에서 우리는 후쿠오카의 13년을 보았다. 그러나 한 단계 들어가면 — 후쿠오카가 강했던 진짜 이유는 숫자를 측정한 것이 아니다. 후쿠오카가 측정한 것은 자기 도시가 외부인에게 신뢰받고 있는지 여부였다. 노마드 비자 발급 수, 외국 창업가의 1년·2년 잔존율 — 이 지표들은 그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다. 손님이 떠나지 않고 머문다는 사실의 증거로서 중요한 것이다.

부산이 13년 늦은 가장 큰 이유 하나는 신뢰가 자라고 있는지 추적할 도구를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뢰는 보이지 않지만, 신뢰의 결과는 측정할 수 있다. 후쿠오카는 그 결과를 측정해왔다. 부산은 그 결과조차 측정하지 않았다.

다음 부산이 측정해야 할 네 가지

Ridgway가 1956년에 경고했듯, 측정은 도구다. 도구가 목적이 되면 위험하다. 명함의 수가 곧 신뢰의 깊이는 아니다. 그러나 도구를 갖지 않으면 신뢰가 자라는지 무너지는지조차 알 수 없다.

다음 부산이 측정을 시작해야 할 것은 신뢰가 도시 안에서 자라고 있는지를 추적하는 네 가지 지표다.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누가 후보가 되든.

1. 체류 지표 — 손님이 신뢰하고 머물렀는가. 부산에서 30일 이상 머무는 외국인·한국인 노마드 수. 한 달 살기 등록자, 단기 체류 외국인의 평균 체류 일수. 방문과 체류를 구분하기 시작하는 첫 지표.

2. 귀환 지표 — 떠난 사람이 다시 신뢰했는가. 지난 10년 동안 부산을 떠난 20·30대 중 부산에 다시 주민등록을 한 사람의 수. 매년 발표. 떠난 사람뿐 아니라 돌아온 사람도 도시의 인구다.

3. 빌더 지표 — 짓는 사람이 부산을 신뢰했는가. 부산에서 새로 등록된 1인 사업자·법인·창업 기업의 분기별 추이. 코워킹·메이커스페이스 수. 만드는 활동량을 한눈에 보여주는 인덱스.

4. 신뢰 지표 — 손님이 어떻게 대접받았는가. 대형 행사 기간 숙박·교통·F&B 가격 변동 폭. 예약 취소율. 외국인·외지인 만족도 정기 조사. 부산이 손님을 어떻게 대했는가를 추적하는 지표.

네 지표 모두 신뢰를 직접 측정하지는 않는다. 신뢰의 결과를 측정한다.
그게 측정의 진짜 역할이다.

측정하면 보인다. 보이면 바뀐다. 다음 부산은 부산이 측정하기 시작한 것들, 그리고 그 측정 너머에서 자라기 시작한 신뢰로 만들어진다.

Busanloop · 18 Questions for Next Busan · Q9

참고: V. F. Ridgway (1956). "Dysfunctional Consequences of Performance Measurements."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1(2), 24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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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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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묻는 도시 에세이스트

공간을 보면 사람보다 구조를 먼저 읽는다. 부산에 같은 질문을 열여덟 번 던진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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