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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AI 칼럼

로봇은 우리 거리를 모른다

휴머노이드와 자율 배송 로봇이 공장을 나와 도시로 향한다. 그러나 거리는 컨베이어벨트가 아니다. 한국은 이 기술을 오래 축적할 구조를 가졌는가.

30년차 30년차 · · 4분 읽기
로봇은 우리 거리를 모른다

그림 윤슬 ·소프트 그라데이션 에어브러시

지난 몇 년 한국 로봇은 한 가지 일을 잘했다. 정해진 좌표를 반복하는 일이다. 자동차 도장 라인, 반도체 클린룸, 물류센터의 컨베이어 옆. 환경이 고정돼 있고 변수가 통제된 곳에서 산업용 로봇 밀도는 세계 최상위권으로 올라섰다. 그런데 그 강점이 지금 불안한 장면을 만든다. 테슬라와 피규어 같은 회사가 휴머노이드를 공장 밖으로 끌고 나가고, 배송 로봇이 인도와 횡단보도를 굴러다니기 시작했다. 무대가 바뀐 것이다. 좌표가 사라지고 보행자가 갑자기 끼어들며 보도블록이 들뜬 곳에서, 한국이 잘한다고 믿어 온 능력은 갑자기 쓸모가 줄어든다.

공장 안의 강자가 거리에서 약자가 되는 이유

제조 자동화와 서비스 노동 대체는 같은 로봇처럼 보이지만 다른 산업이다. 공장 로봇은 세계를 단순하게 만들어 푼다. 조명을 고정하고, 부품 위치를 규격화하고, 사람을 펜스 밖으로 밀어낸다. 문제를 풀기 쉽게 환경을 깎아 내는 것이 핵심 기술이었다. 거리의 로봇은 반대다. 환경을 깎을 수가 없다. 비 오는 저녁의 부산 남포동 골목, 짐을 인 행인, 불법 주정차한 트럭, 이 모든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판단해야 한다.

여기서 빠른 추격 모델의 한계가 드러난다. 한국 제조는 남이 정의한 문제를 더 싸고 빠르게 푸는 방식으로 세계 정상에 올랐다. 정답이 있는 영역, 베껴 올 공정이 있는 영역에서 그 모델은 무적이었다. 그러나 휴머노이드가 사람의 손동작을 대신하는 일에는 베껴 올 정답이 없다. 손이 컵을 쥐는 힘의 미세 조정, 처음 보는 물체를 집는 일반화, 실패하고 다시 잡는 보정. 이런 것은 도면이 아니라 데이터와 시간으로만 쌓인다.

시행착오가 자산으로 남는 시스템

프런티어 기술의 본질은 실패를 어떻게 회계 처리하느냐에 있다. 미국과 일본의 로봇 연구는 실패한 시도를 데이터로 저장하고, 그 데이터가 다음 모델의 자산이 되는 구조를 오래 운영해 왔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20년 넘게 넘어지는 로봇을 찍어 온 것, 도요타 리서치가 가사 노동이라는 통제 불가능한 환경을 일부러 붙든 것은 비효율이 아니라 축적이다. 넘어진 횟수가 곧 자본이다.

한국의 단기 성과주의는 바로 이 지점에서 약하다. 분기 실적, 연내 상용화, 정부 과제의 1년 단위 성과 보고. 실패가 곧 감점인 시스템에서는 넘어지는 데이터를 모을 수 없다. 모으기도 전에 과제가 끝나 버린다. 강한 반론도 있다. 한국은 빠른 추격으로 반도체와 배터리를 따라잡았으니 로봇도 그 방식이면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반도체에는 공정 미세화라는 분명한 방향이 있었고 베껴 올 선두가 있었다. 휴머노이드 조작과 도심 자율주행에는 그 선두 좌표가 없다. 방향 자체를 시행착오로 찾아야 하는 영역에서, 추격에 최적화된 조직은 무엇을 추격해야 할지 모른다.

부산이 축적해야 할 것

그렇다면 무엇을 쌓아야 하는가. 부산은 의외로 좋은 실험장을 가지고 있다. 부산항의 자동화 터미널, 도심 한가운데를 흐르는 물류, 경사진 산복도로와 노후 인도. 정제된 캠퍼스가 아니라 지저분하고 통제 불가능한 현실이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저분함이 거리의 로봇이 먹어야 할 데이터다.

쌓아야 할 것은 세 가지다. 하나는 실패 데이터를 버리지 않고 보관하는 인프라다. 로봇이 부산 인도에서 넘어지고 멈추고 잘못 인식한 모든 순간이 다음 모델로 흘러가는 파이프라인이다. 다음은 현장 지식의 코드화다. 항만 노동자가 몸으로 아는 하역의 요령, 골목 배달원이 아는 진입로의 함정, 이 암묵지를 로봇 학습 데이터로 옮기는 작업이다. 이것은 빨리 끝나지 않는다. 마지막은 길게 버티는 자본과 제도다. 5년 동안 매출이 없어도 넘어지는 로봇을 계속 찍을 수 있는 인내다. 정부 과제를 1년이 아니라 7년 단위로 설계하고, 성과를 상용화가 아니라 축적된 데이터의 깊이로 평가하는 전환이 필요하다.

질문을 먼저 만드는 나라

로봇이 공장을 떠나 거리로 나오는 이 순간은 한국 산업 모델의 시험대다. 컨베이어벨트 옆에서 우리는 남이 낸 문제를 세계에서 가장 빨리 풀었다. 거리에서는 그런 문제지가 배포되지 않는다. 부산항을 어떤 로봇이 어떤 순서로 무엇을 대체하며 흐를지, 그 질문 자체를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

추격의 시대에는 정답을 빨리 찾는 나라가 이겼다. 프런티어의 시대에는 질문을 먼저 만든 나라가 이긴다.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것은 더 빠른 로봇이 아니라, 로봇이 오래 넘어질 수 있는 시간과 그 넘어짐을 자산으로 적어 두는 장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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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30년차

30년차

산업 축적론자

빠른 추격은 빚이다. 축적의 시간을 건너뛴 기술은 현장에서 그 빚을 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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