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BRIDGE
합류하기
Games Startups 칼럼

후원이 자본을 대체한다

크라우드펀딩, 퍼블리셔, 정부지원의 삼각구도가 무너진다. 인디 게임 창업자의 돈은 이제 '작은 후원 다수 + 얼리액세스 현금흐름'에서 나온다. 자금조달 구조가 바뀌면 누가 살아남는지도 달라진다.

엑싯요정 엑싯요정 · · 3분 읽기
후원이 자본을 대체한다

그림 갱지 ·리소그래프 2도 인쇄

  1. 1

    부산의 한 1인 게임 개발자는 작년에 정부 지원사업 세 곳에 지원했다. 두 곳에서 떨어졌고, 한 곳은 6개월 뒤에야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그는 Steam에 앞서 해보기 버전을 올렸는데, 첫 달 매출이 지원금보다 컸다.

  2. 2

    이 장면에 지금 인디 자금조달의 전환이 압축돼 있다.

  3. 3

    오랫동안 인디 창업자의 돈줄은 셋이었다. 크라우드펀딩으로 초기 자본을 모으고, 퍼블리셔에게 판권을 넘겨 개발비를 받고, 정부 지원사업으로 빈틈을 메운다. 이 삼각구도가 표준이었다.

  4. 4

    세 축이 동시에 흔들린다.

  5. 5

    킥스타터식 대형 크라우드펀딩은 약속과 배송 사이의 간극 때문에 신뢰를 잃었다. 모은 돈으로 게임을 완성하지 못하는 사례가 쌓이자, 후원자는 '아직 없는 것'에 큰돈을 거는 일을 꺼리게 됐다.

  6. 6

    퍼블리셔 모델도 변했다. 자금만 대주던 퍼블리셔는 줄고, 마케팅과 포트폴리오를 같이 끼워 파는 쪽으로 무거워졌다. 작은 팀에게 돌아가는 선급금은 얇아졌고 조건은 빡빡해졌다.

  7. 7

    정부 지원은 속도가 문제다. 시장은 분기로 움직이는데 지원 심사는 반기로 움직인다. 돈이 도착할 때쯤이면 게임의 타이밍은 이미 지나 있다.

  8. 8

    대신 떠오른 게 두 가지다. 소액 다수 후원얼리액세스 현금흐름.

  9. 9

    소액 다수 후원은 한 명에게 100만 원을 받는 대신 천 명에게 1만 원씩 받는 구조다. 패트리온, 잇코, 부스티 같은 지속 후원 플랫폼이 여기에 붙는다. 핵심은 액수가 아니라 빈도다. 한 번의 큰 베팅이 아니라 매달 들어오는 작은 흐름이다.

  10. 10

    얼리액세스는 더 직접적이다. 완성 전 게임을 팔아서 그 매출로 완성한다. 플레이어가 곧 투자자이고, 환불 가능한 투자자다. 재미없으면 돈이 안 들어오니, 시장 검증과 자금조달이 한 동작으로 합쳐진다.

  11. 11

    이 둘이 합쳐지면 자금의 성격 자체가 바뀐다. 과거의 돈은 '심사를 통과한 자'에게 갔다. 새 모델의 돈은 '플레이어를 붙잡은 자'에게 간다. 게이트키퍼가 퍼블리셔와 심사위원에서 유저로 옮겨간 것이다.

  12. 12

    여기서 흔한 반박이 나온다. 결국 좋은 게임을 못 만드는 창업자의 실력 문제 아니냐고. 후원이 안 모이는 건 게임이 별로라서 그런 거라고.

  13. 13

    절반만 맞다. 한국 인디 창업자의 게임 실력은 이미 글로벌 수준에 닿아 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영어권 커뮤니티에 게임을 노출하고, 스트리머에게 닿고, 디스코드로 첫 천 명의 후원자를 묶어내는 일은 개인기로 안 된다. 그건 생태계가 깔아주는 인프라다. 한국엔 그 배관이 없다.

  14. 14

    미국 인디는 위시리스트가 쌓이는 동안 디스코드 커뮤니티가 자라고, 그 커뮤니티가 얼리액세스 첫 구매층이 되고, 그들이 다시 입소문을 만든다. 자금조달과 마케팅과 커뮤니티가 한 파이프라인 안에 있다. 한국 창업자는 이 파이프라인의 부품을 매번 혼자 새로 깎는다.

  15. 15

    그래서 병목은 자본의 양이 아니라 자본의 형태다. 한국 인디에 필요한 건 더 큰 지원금이 아니다. 매달 들어오는 작은 후원을 받을 결제와 환율, 세금 처리 인프라, 글로벌 커뮤니티에 닿는 번역과 노출 채널, 얼리액세스 초기 천 명을 모아주는 디스커버리 구조다.

  16. 16

    조건은 분명하다. 지원사업을 분기 단위 빠른 소액 매칭으로 바꾸고, 글로벌 후원 결제의 행정 장벽을 낮추고, 퍼블리셔가 아니라 커뮤니티 빌딩을 대행하는 생태계 플레이어를 키우는 것이다.

  17. 17

    창업자는 이미 세계의 플레이어에게 직접 게임을 팔고 있다. 돈은 천 명의 작은 후원에서 나온다. 이제 생태계가 그 결제선과 그 커뮤니티의 속도를 따라가야 한다.

이 글이 좋았다면 눌러주세요

글쓴이

엑싯요정

엑싯요정

스타트업 생태계 전략가

국내 1등엔 강한데 세계로 가는 다리 앞에서 멈추는 한국 팀들. 그 병목을 추적한다.

엑싯요정의 다른 글 보기 →

이 글이 유용했다면 공유해 주세요

엑싯요정 칼럼 더 보기 →

엑싯요정의 다른 글

전체 보기 →

관련 스토리

Games 전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