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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s AI 칼럼

생성형 게임 다섯, 직접 해봤다

AI가 핵심인 실존 게임 다섯을 플레이로 본다. 무한 생성은 자유를 주지만, 재미를 만드는 건 그 자유를 깎아내는 마찰이다.

1UP 1UP · · 6분 읽기
생성형 게임 다섯, 직접 해봤다

AI를 얹은 게임이 쏟아진다. 대부분의 소개글은 두 가지로 평가한다. 얼마나 그럴듯하게 말하는가, 그리고 얼마나 무한히 생성하는가. 둘 다 틀린 잣대다. 게임은 대화 프로그램이 아니라 규칙의 공간이고, 규칙의 공간은 무엇을 허용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거부하느냐로 모양이 잡힌다. 직접 손에 잡고 돌려본 다섯 개를 그 기준으로 본다. 잘 만든 데모인지, 잘 만든 게임인지는 다른 질문이다.

Suck Up!, 자유 대화가 게임이 되는 순간

Suck Up! 게임플레이

Suck Up! · Proxima. 출처 Steam

Proxima가 2023년에 내놓은 Suck Up!은 자유 입력 대화 그 자체를 코어로 삼은 드문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뱀파이어가 되어, 언어모델이 구동하는 마을 NPC를 말로 설득해 집 안에 초대받아야 한다. 무엇이든 입력할 수 있다. 거짓말을 지어내든, 동정을 사든, 헛소리로 정신을 빼놓든 NPC는 받아준다. 처음 몇 분은 분명히 짜릿하다. 사람과 말로 밀당한다는 감각이 진짜로 살아 있다.

그런데 여기서 이 게임이 왜 게임으로 굴러가는지가 드러난다. 무한히 떠들 수 있다는 점이 아니다. 정체를 들키면 실패하고, 제한 시간을 넘기면 실패한다는 두 개의 거부 조건이다. 변장과 소품은 그 거부를 우회하는 수단이고, 자유 입력은 그 목표를 향해 던지는 화살이다. 말이 무한히 허용되는 대신, 도달해야 할 문 하나와 넘으면 죽는 선 두 개가 고정돼 있다. 이 고정이 대화를 놀이로 만든다. 아무 말이나 받아주기만 하는 세계였다면 들킬 일도 쫓겨날 일도 없었을 테고, 그러면 무엇을 말해도 똑같이 가벼웠을 것이다.

한계도 정확히 같은 자리에서 나온다. 자유 대화의 매력은 처음 몇 집에서 가장 진하고, 반복할수록 플레이어는 NPC를 설득하는 게 아니라 NPC의 트리거를 찾는 쪽으로 옮겨간다. 어떤 화제가 문을 열고 어떤 단어가 의심을 부르는지 패턴이 손에 잡히기 시작하면, 자유 입력은 정답 키워드를 더듬는 작업으로 줄어든다. LLM이 만든 무대 위에서도 플레이어가 진짜로 붙잡는 건 결국 그 무대 뒤의 규칙이다. 자유 대화는 입구였고, 게임은 그 입구가 닫히는 조건 안에 있었다.

inZOI, 생성을 라이프 시뮬 위에 얹다

inZOI 게임플레이

inZOI · 크래프톤. 출처 Steam

크래프톤의 inZOI는 생성형 AI를 라이프 시뮬레이션에 통합하려는 한국발 시도다. 캐릭터의 행동이나 환경 요소를 AI로 만들어내는 기능, 그리고 캐릭터의 자율성을 높인다는 방향을 내세웠다. 정확한 기능 구성은 빌드마다 바뀌므로 단정은 피하되, 야심의 방향은 분명하다.

여기서 던질 질문은 하나다. 심즈류의 재미는 어디서 오는가. 그건 무한한 표현이 아니라 욕구와 자원의 충돌, 시간이 모자라고 돈이 부족한 마찰에서 온다. 생성형으로 캐릭터가 더 그럴듯하게 움직인다 해도, 그 움직임이 플레이어의 선택에 압력을 주지 못하면 배경 장식에 머문다. inZOI의 진짜 시험대는 비주얼이나 AI 기능의 화려함이 아니라, 생성된 자율성이 플레이어에게 의미 있는 트레이드오프를 만들어내느냐다. 잘 움직이는 인형과 내 결정을 흔드는 시스템은 전혀 다른 물건이다.

Vaudeville, 대화가 곧 메카닉

Vaudeville 취조 화면

Vaudeville. 출처 Steam

Vaudeville은 LLM을 게임 규칙의 한복판에 놓은 또 하나의 사례다. 살인 사건의 용의자들을 플레이어가 직접 자유 입력으로 취조한다. 대화가 연출이 아니라 메카닉 자체다. 좋은 질문을 던지면 모순이 드러나고, 엉뚱한 질문은 시간을 낭비한다.

Suck Up!과 나란히 놓으면 제약의 방향이 또렷해진다. Vaudeville은 무한 생성을 추구하지 않는다. 누가 범인이고 무엇이 진실인지는 미리 정해져 있다. 언어모델은 그 고정된 진실 주위에서만 변주한다. 자유는 입력에 있고, 정답은 구조에 박혀 있다. Suck Up!의 목표가 한 채의 문을 여는 것이었다면, 여기서는 하나의 진실을 캐내는 것이다. 둘 다 자유 대화를 향한 목표와 실패의 선이 게임을 게임으로 묶는다. 한계는 음성 인식이나 응답의 어색함처럼 실행의 거칠음에서 오지, 설계의 방향에서 오지 않는다. 마찰이 살아 있는 쪽이 어디인지 손으로 만져진다.

PUBG와 NVIDIA ACE, 토대 위에 얹은 생성형

PUBG 전투 화면

PUBG: BATTLEGROUNDS. ACE 기반 AI 동료는 NVIDIA, 크래프톤 시연으로 공개. 출처 Steam

크래프톤은 NVIDIA의 ACE 기술을 활용한 AI 동료, 이른바 CPC 시연을 선보였다. 사람처럼 반응하는 팀메이트를 생성형으로 구현하려는 시도다. 흥미로운 건 접근법이다. 이건 게임 전체를 AI에 맡기는 게 아니라, 인간이 설계한 배틀로얄이라는 단단한 토대 위에 생성형을 얹는 하이브리드다.

이 방향이 다섯 중 가장 건강하다. 맵, 무기 밸런스, 자기장 규칙은 사람이 깎아 만든 마찰의 덩어리다. AI 동료는 그 규칙 안에서 움직이는 한 명의 행위자일 뿐이다. 생성형이 토대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토대에 봉사한다. 다만 시연과 실전은 다르다. 실제 교전의 압박 속에서 이 동료가 일관되게 똑똑한지, 아니면 결정적 순간에 멍청해지는지는 라이브 환경에서만 드러난다. 데모에서 잘 말하는 것과 랭크 게임에서 믿을 만한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Wanderfolk, 기억을 가진 NPC라는 야심

Wanderfolk 게임플레이

Wanderfolk. 출처 Steam

Wanderfolk는 NPC가 벡터 형태의 기억과 평판 점수를 갖고, 소문이 네트워크를 타고 퍼진다는 설계를 내세운 AI RPG다. 내가 한 마을에서 한 짓이 옆 마을에 소문으로 도착하는 세계. 자유 대화가 한 채의 집에서 끝나는 Suck Up!과 달리, 이건 그 한 번의 말과 행동이 세계 전체에 흔적으로 남기를 겨냥한 시도다.

야심은 정확하다. 하지만 여기 함정이 있다. 기억과 평판이 시스템으로 존재하는 것과, 그것이 플레이어에게 압력으로 체감되는 것은 다르다. 소문이 퍼져도 그게 내 다음 선택을 바꾸지 않으면 정교한 백엔드일 뿐 게임의 마찰이 되지 못한다. 평판이 문을 닫고, 기억이 보복으로 돌아올 때 비로소 시스템은 규칙이 된다. Wanderfolk의 성패는 기술적 정교함이 아니라, 그 기억이 플레이어에게 안 된다고 말하는 순간을 얼마나 자주 만드느냐에 달렸다. 여기엔 강한 반론도 있다. 기억하는 NPC가 결국 게임을 너무 빡빡하게 만들어 플레이어를 옥죈다는 우려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 빡빡함이야말로 우리가 잊지 못하는 세계를 만든다. 무엇도 기억하지 않는 세계는 무엇도 의미하지 않는다.

결론, 재미는 거부에서 온다

다섯을 관통하는 선은 분명하다. 생성량이 많은 쪽이 이기지 않았다. 무엇이든 말할 수 있는 Suck Up!조차 들킴과 시간이라는 거부 조건이 없었다면 잡담 시뮬레이터에 그쳤을 것이고, 진실을 구조에 박아둔 Vaudeville과 토대를 사람이 깎은 PUBG 쪽이 게임으로 단단했다. 자유 대화의 매력은 분명히 실재하지만, 그것이 게임이 되는 건 목표와 실패조건이라는 제약이 들어선 다음이다. 재미는 모델이 얼마나 많이 만들어내느냐가 아니라, 세계가 내 행동을 기억하고 어떤 시도에는 안 된다고 답하는 마찰에서 나온다. 의도된 거부가 곧 의미다.

부산을 비롯한 한국 인디 씬에 이 결론이 직접 닿는다. 거대한 언어모델을 얹을 자본은 크래프톤의 몫일지 몰라도, 작은 팀이 이길 자리는 따로 있다. 생성형을 토대로 쓰지 말고 도구로 쓰는 것, 단 하나의 규칙을 날카롭게 깎아 그 위에 AI를 한 겹만 얹는 것. 무한을 흉내 내는 데모가 아니라, 플레이어에게 안 된다고 말할 줄 아는 작은 게임. 거기에 인디의 자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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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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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인터랙션 비평가

손가락이 화면에서 멈추는 0.2초를 들여다본다. 재미가 태어나는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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