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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s Startups 칼럼

부산이 쥔 발견의 마디

한국 인디게임의 개발력은 이미 세계 수준에 닿아 있다. 막힌 건 실력이 아니라 좋은 게임이 자본과 유통망에 닿는 발견의 마디다. BIC가 사흘간 여는 그 좁은 입구를 생태계 구조의 문제로 읽는다.

엑싯요정 엑싯요정 · · 7분 읽기
부산이 쥔 발견의 마디

부스 하나의 경제학

벡스코 제1전시장 한구석, 모니터 한 대와 개발자 한 명이 앉은 부스를 떠올려보자. 사흘 동안 그 앞을 수천 명이 지나간다. 대부분은 게임을 잠깐 만져보고 떠난다. 그런데 그중 한 명이 명함을 내민다. 퍼블리셔의 사업개발 담당이다. 그 순간 개발자의 6개월이 바뀐다.

이 장면이 BIC의 전부다. 2025년 BIC는 41개국 592개 작품 접수, 32개국 283개 전시라는 숫자를 내놨다. 2015년 부산문화콘텐츠콤플렉스에서 90여 개로 시작한 행사가 11회 만에 도달한 규모다. 그런데 숫자에 시선을 빼앗기면 정작 중요한 걸 놓친다. BIC가 한국 인디 생태계에서 실제로 어떤 일을 하는 마디인지 말이다.

흔한 진단은 이렇다. 한국 인디 개발자가 글로벌에서 안 터지는 건 실력이나 기획이 부족해서라는 것. 나는 이 진단을 거부한다. 산나비를 만든 원더포션, 데이브 더 다이버의 민트로켓을 보라. 만드는 능력은 이미 세계 수준에 닿아 있다. 문제는 만든 다음이다. 좋은 게임이 좋은 퍼블리싱 자본과 글로벌 유통망에 닿는 경로, 그 경로의 마디가 한국에선 너무 적고 너무 좁다.

BIC가 쥔 마디는 발견이다

가치사슬을 쪼개보자. 인디게임은 기획에서 출시까지 대략 다섯 마디를 지난다. 만들기, 다듬기, 발견되기, 퍼블리싱 계약, 글로벌 유통. 이 중 어느 마디가 한국에서 막혀 있나. 결론부터 말하면 다섯 중 단 하나, 세 번째 마디다.

만들기는 안 막혔다. 스팀이라는 플랫폼이 유통 자체를 상품화해버렸다. 소액 등록 수수료(스팀 다이렉트 기준 작품당 100달러, 일정 매출을 넘기면 환불)만 내면 누구나 전 세계에 게임을 올릴 수 있다. 그런데 바로 그게 함정이다. 스팀에는 매년 수만 개가 쏟아진다. 올리는 건 거의 공짜에 가까워졌지만, 보여지는 일은 거꾸로 더 비싸졌다. 발견의 비용이 폭등한 것이다.

BIC가 쥔 마디가 정확히 여기, 발견이다. BIC는 게임을 유통하지 않는다. 게임이 사람 눈에 띄게 만든다. 사흘간 한 공간에 개발자와 퍼블리셔 사업개발팀, 미디어, 그리고 진짜 플레이어를 물리적으로 모은다. 온라인에서 알고리즘이 결정하던 노출을, 오프라인에서 손과 명함으로 강제로 일으키는 장치다.

여기서 동기를 역산해보자. 왜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이라는 공공기관이 굳이 이 행사를 11년째 끌고 갈까. 보도자료는 인디 생태계 육성이라 쓴다. 구조로 읽으면 다르다. 게임은 한국에서 보기 드물게 내수를 넘어 처음부터 글로벌로 나가는 수출 콘텐츠다. 발견 마디 하나를 지방정부가 잡으면, 그 위로 흐르는 퍼블리싱 계약과 수출 실적의 좌표에 부산이라는 도시 이름을 새길 수 있다. 도쿄게임쇼와 게임스컴이 자국 산업의 발견 게이트를 도시 브랜드로 바꿔낸 것처럼 말이다. 공공이 발견에 투자하는 건 가장 싸게 가치사슬 상류에 지분을 꽂는 방법이다.

이걸 글로벌 좌표에 찍어보면 BIC의 위치가 또렷해진다. 게임스컴과 도쿄게임쇼는 이미 성숙기다. 발견을 넘어 거대 자본의 쇼케이스가 됐고, 인디 부스는 변두리로 밀렸다. 미국 PAX, 영국 EGX는 소비자 축제 색이 짙다. 그 사이에서 BIC의 좌표는 아시아에서 발견 기능에 특화된, B2B 밀도가 높은 중간 규모 게이트다. 아직 거대 자본에 점령당하지 않은, 그래서 무명의 개발자가 퍼블리셔와 같은 층에 설 수 있는 단계. 그런데 이 단계는 오래 가지 않는다. 채택곡선의 다음 구간은 늘 상업화다. 2025년 BIC가 비즈니스 데이와 페스티벌 데이를 나누던 구조를 버리고 사흘 내내 B2B와 B2C를 섞은 것은 신호다. 발견 게이트의 밀도를 더 끌어올리려는 시도이자, 아직 덜 상업화된 지금이 곧 끝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빌더라면 지금이 가장 싼 입장료로 가장 높은 신호를 얻는 시기다.

그런데 이건 그냥 평범한 축제 아닌가

여기서 가장 강한 반론을 꺼내야 정직하다. BIC를 병목 마디로 격상시키는 게 과잉 해석 아니냐는 것. 산나비도 데이브 더 다이버도 BIC 부스에서 발견돼 터진 게 아니다. 네오위즈와 넥슨이라는 자본이 이미 붙어 있었다. 실제로 한국 인디의 진짜 성공은 대형 게임사 퍼블리싱에서 나왔지, 축제 부스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BIC는 그저 잘 만든 연례 행사일 뿐이고, 생태계의 결정적 마디라 부르는 건 부산발 자기과장 아니냐는 반론이다.

절반은 맞다. BIC는 자본을 만들지 못한다. 계약서에 서명하는 건 여전히 네오위즈와 넥슨이다. 그러나 바로 그 반론이 진짜 병목을 가리킨다. 한국 인디의 발견과 자본이 소수의 대형 퍼블리셔에 집중돼 있다는 것, 무명 개발자가 그들 눈에 들어가는 입구가 극도로 좁다는 것이다. BIC의 가치는 게임을 성공시키는 데 있지 않다. 그 좁은 입구를 사흘간 물리적으로 열어두는 데 있다. 발견의 마디를 분산시키는 장치, 그게 BIC의 구조적 기능이다. 그리고 이 기능이 약하다는 게 정확히 한국 생태계의 병목이다.

누가 무엇을 봐야 하는가

이제 실용으로 내려가자. 세 부류가 BIC에 간다.

개발자라면, 부스에서 게임을 보여주러 가는 게 아니다. 퍼블리셔 사업개발 담당의 표정을 읽으러 가는 것이다. 어떤 장면에서 손이 멈추는지, 어떤 질문을 던지는지가 곧 글로벌 시장의 피드백이다. 명함 한 장보다, 왜 이 게임이 안 팔릴지를 정확히 짚어주는 5분이 더 비싸다. 비즈니스 네트워킹 공간을 부스 전시보다 앞순위에 둬야 한다.

빌더와 투자자라면, 전시작 283개를 다 볼 필요 없다. 던질 질문은 하나다. 올해 BIC에서 가장 많은 퍼블리셔가 둘러싼 부스는 어디인가. 그게 다음 12개월 한국 인디 수출의 입력값이다. 발견 마디에서 흐름이 어디로 쏠리는지 읽는 자리지, 게임을 즐기는 자리가 아니다.

방문자라면, 가장 솔직한 효용이 여기 있다. 무료다. 게다가 스팀 알고리즘이 영원히 안 보여줄 게임 수십 개를 손으로 직접 만질 수 있다. 발견의 비용이 폭등한 시대에 큐레이션된 발견을 공짜로 받는 건 드문 사치다.

한 가지 더 짚자. 이 발견 게이트의 비용은 누가 대는가. 입장료가 무료라는 건, 행사 운영비를 공공 예산과 후원이 떠받친다는 뜻이다. 개발자에게서 받지 않는 통행세를 세금이 대신 낸다. 그래서 발견의 위험은 개발자가 아니라 부산이라는 도시가 일부 떠안는다. 이 구조가 지속되려면, 발견된 게임의 수출 성과가 도시로 되돌아오는 회수 경로가 보여야 한다. 그 경로가 흐려지는 순간 가장 먼저 잘려나가는 게 인디 부스다. 게임스컴에서 인디가 변두리로 밀린 그 길을, BIC도 갈 수 있다.

그러니 BIC에 가야 하는 이유는 축제가 즐거워서가 아니다. 한국 인디 생태계에서 발견이라는 가장 약한 마디가 어디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좌표이기 때문이다. 한국 개발자는 이미 세계를 보고 있다. 산나비는 스팀에서 압도적 긍정 평가를 받았고, 데이브 더 다이버는 글로벌 흥행을 만들었다. 만드는 속도는 이미 충분히 빠르다. 느린 건 생태계다. 발견의 마디가 너무 적고, 자본의 입구가 너무 좁고, 그 좁은 입구를 잠시라도 여는 장치가 1년에 부산에서 사흘뿐이다. 내년 이맘때 한국 게임 기자가 BIC를 취재한다면 던질 질문은 정해져 있다. 올해 전시작이 몇 개냐가 아니라, 그중 몇 개가 퍼블리싱 계약에 닿았고 그 계약이 어느 자본에 쏠렸는가. 발견 마디의 통행료를 누가 냈고 그 성과가 어디로 흘렀는가. 거기에 한국 인디 생태계의 다음 1년이 들어 있다. 창업자는 이미 세계를 보고 있다. 이제 생태계가 그 속도를 따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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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싯요정

엑싯요정

스타트업 생태계 전략가

국내 1등엔 강한데 세계로 가는 다리 앞에서 멈추는 한국 팀들. 그 병목을 추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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