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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는 매주 같은 단위로 말한다. 조 단위 투자, 기가와트 단위 전력, 수십만 장의 가속기.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이 데이터센터를 짓고, 각국 정부가 반도체 보조금을 푼다. 이 문장을 읽는 당신은 그 어떤 단위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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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담론은 늘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국가 경쟁력, 기술 주권, 패권. 단어들이 크니까 안에 들어가는 사람도 클 거라고 착각하기 쉽다. 그런데 인프라라는 말의 뜻을 다시 보자. 인프라는 사람들이 그 위에서 살아가도록 깔아둔 바닥이다. 도로, 전기, 상수도. 바닥을 깐 사람과 그 위를 걷는 사람은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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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바꿔야 한다. 이 인프라는 얼마나 강력한가가 아니라, 누가 통제하고 누가 비용을 부담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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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의 첫 번째 청구서는 전기와 물로 날아온다. 데이터센터는 추상이 아니다. 실제 토지를 깔고 앉아 실제 전력망에서 전기를 끌어가고 냉각을 위해 실제 물을 쓴다.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데이터센터 유치 이후 가정용 전기요금 인상 압력이 정치 쟁점이 됐다. 부산을 비롯한 한국의 여러 지자체도 데이터센터 유치를 미래 먹거리로 내건다. 일자리와 세수를 약속하는 그 보도자료에 전력 분담과 냉각수 사용에 관한 줄은 대개 짧거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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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효율은 이동한다. 기업의 연산 비용은 규모의 경제로 내려가는데, 그 인하분을 떠받치는 전력과 토지와 물의 부담은 지역 주민의 생활 비용으로 옮겨 앉는다. 비용이 사라진 게 아니다.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 청구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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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청구서는 노동에 날아온다. 거대 모델은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데이터를 분류하고 유해물을 걸러내고 모델의 답을 교정하는 일을, 케냐와 필리핀과 한국의 도급 노동자들이 시간당 단가로 처리한다. 이들의 이름은 어떤 기조연설에도 나오지 않는다. 인프라는 자동화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 안쪽은 사람의 손으로 채워져 있다. 자동화란 노동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으로 밀려나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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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에게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청구서가 도착한다. 그들이 평생 쌓은 글과 그림과 음악은 동의 없이 학습 데이터가 됐고, 그 데이터로 훈련된 모델이 이제 그들의 일감을 대체하겠다고 한다. 자기 작업을 재료로 자기를 밀어내는 도구가 만들어지는 구조다. 원자재는 무상으로 가져가고, 완제품은 구독료를 받고 되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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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가장 교묘한 전환이 일어난다. 우리는 분명 사용자다. 챗봇에 질문하고, 코드를 짜고, 그림을 뽑는다. 손에 쥔 편리함은 진짜다. 그런데 그 편리함은 우리가 입력하는 모든 프롬프트, 우리가 누른 모든 선호, 우리가 흘린 모든 맥락을 다시 모델 개선의 연료로 빨아들인다. 우리는 인프라를 쓰는 동시에 인프라를 먹여 살린다. 손님인 줄 알았는데 실은 사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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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누군가는 말한다. 효율이 좋아지면 결국 그 혜택이 모두에게 흘러내리지 않느냐고. 값싼 연산은 작은 창업자에게도 무기가 되고, 누구나 모델을 빌려 쓸 수 있지 않으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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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은 맞다. 진입 장벽이 낮아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빌려 쓴다는 말 자체가 답이다. 모델 가중치도, 학습 데이터도, 가속기도, 전력 계약도 소수의 손에 있다. 가격을 올릴지, 어떤 답을 막을지, 어떤 사용을 끊을지 결정하는 손은 당신 것이 아니다. 낮아진 건 입구의 높이고, 그대로인 건 누가 문을 여닫느냐다. 권력은 도구의 가격이 아니라 도구의 조건을 정하는 자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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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는 말자. 이건 기술을 멈추자는 글이 아니다. 인프라 자체를 거부하자는 것도 아니다. 도로가 깔리는 걸 막을 수 없듯, 이 바닥이 깔리는 흐름을 되돌리자는 건 비현실적이고 솔직히 매력적이지도 않다. 문제는 인프라의 존재가 아니라 인프라의 규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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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와 철도와 통신이 그랬다. 처음엔 사기업의 무기였다가, 사회가 규칙을 입혔다. 보편 요금, 접근 의무, 가격 감독, 안전 기준. 우리는 전기를 멈추지 않았다. 누구의 규칙으로 작동할지를 정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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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인프라에도 같은 질문을 들이밀어야 한다. 데이터센터 유치 협약에 전력 분담과 냉각수 영향을 명시할 것. 학습 데이터로 쓰인 창작물에 동의와 보상의 통로를 열 것. 데이터 라벨링과 검수 노동에 최소한의 노동 기준을 적용할 것. 사용자가 입력한 데이터가 어디로 흘러 무엇을 키우는지 알 권리를 보장할 것. 거대 모델 제공자의 가격과 차단 권한에 최소한의 공적 감독을 붙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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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 데이터센터 유치를 미래라고 부른다면, 그 협약서의 작은 글씨를 읽는 일부터가 시작이다. 보도자료의 큰 글씨는 일자리를 말하지만, 청구서는 늘 작은 글씨에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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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담론의 언어는 우리를 관중석에 앉힌다. 조 단위 숫자 앞에서 개인은 작아 보이도록 설계돼 있다. 하지만 인프라의 규칙은 정치의 영역이고, 정치의 영역에는 시민이 들어갈 자리가 있다. 작아 보이게 만드는 것까지가 그 담론의 기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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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이 기술이 누구의 권력을 키우는지 묻기를 멈추지 말자. 멈추자는 게 아니다. 누구의 규칙으로 작동하게 할지를, 그 판이 굳기 전에 우리가 정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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