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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tups Web3 칼럼

사용자가 주주가 되는 회사

에쿼티 대신 토큰과 포인트로 자본과 사용자를 한꺼번에 모으는 창업이 늘고 있다. 진짜 질문은 코인 가격이 아니라, 지분이 사용자에게 흩어진 회사를 누가 어떻게 통치하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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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가 주주가 되는 회사

그림 번짐 ·수묵 담채 + 미니멀 선

회사를 코인으로 본다는 착각

토큰으로 펀딩한다는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거래소부터 떠올린다. 상장, 펌프, 덤프. 그 프레임에서 토큰 창업은 규제를 피하려는 잡주 발행으로 보인다.

이 시선은 절반만 맞다. 그런 토큰이 시장의 대부분이었던 건 분명하다. 하지만 토큰의 본질은 자산이 아니라 장부다. 누가 무엇을 기여했고 그 대가로 무엇을 받을 권리가 있는지를 코드로 적은 정산 규칙이다. 가격은 그 장부에 붙은 부산물일 뿐이다.

질문을 바꿔야 한다. 토큰으로 펀딩하는 회사가 진짜로 다시 짜는 것은 자본 조달이 아니라 거버넌스다. 주주가 아니라 사용자가 지분을 갖는 순간, 회사라는 법인의 의사결정 구조 자체가 흔들린다.

자본과 사용자가 같은 줄에 선다

전통적 스타트업은 두 번 모은다. 먼저 VC에게 에쿼티를 팔아 자본을 모으고, 그 돈으로 사용자를 산다. 자본을 댄 사람과 제품을 쓰는 사람이 다른 줄에 선다. 둘의 이해는 자주 어긋난다. 투자자는 회수를 원하고, 사용자는 무료를 원한다.

토큰형 창업은 이 두 줄을 하나로 포갠다. 초기 사용자가 토큰이나 포인트를 받으며 들어오고, 그 토큰이 곧 회사의 지분이자 사용 권리가 된다. 일찍 와서 많이 쓴 사람이 가장 큰 몫을 갖는다. 자본 조달과 마케팅과 충성도가 하나의 행위로 압축된다.

미국에서는 이 구조가 이미 검증 단계를 지났다. Uniswap은 토큰 발행 전 그 프로토콜을 쓴 모든 지갑에 거버넌스 토큰을 소급 지급했다. 광고비를 쓴 게 아니라 사용 기록 자체를 지분으로 환산한 것이다. Helio나 Friend.tech처럼 과열로 무너진 사례도 많지만, 무너진 방식이 오히려 핵심을 드러낸다. 망한 건 정산 장부가 아니라 가격 기대였다.

사용자가 주주가 되면 누가 통치하는가

여기서 진짜 문제가 시작된다. 지분이 수만 개 지갑으로 흩어진 회사를 누가 운영하는가.

주주총회는 명부가 고정돼 있다. 토큰 보유자는 매 블록마다 바뀐다. 어제의 사용자가 오늘 토큰을 팔면 그는 더 이상 주인이 아니다. 통치의 대상이 액체처럼 흐른다. 이 유동성이 토큰 거버넌스의 약점이자 본질이다. DAO 투표율이 한 자릿수에 머물고 결국 소수 고래가 결정을 좌우하는 풍경이 반복되는 이유다. 표를 나눠줬다고 권력이 분산되지는 않았다.

반박이 있다. 그럴 거면 그냥 주식회사가 낫지 않나. 의사결정은 느려지고 책임 소재는 흐려지는데, 토큰의 분산이 무슨 실익인가.

타당한 지적이고, 대부분의 DAO에는 그대로 적용된다. 그러나 한 곳에서 갈린다. 사용량이 곧 가치인 네트워크, 즉 결제망이나 콘텐츠 플랫폼이나 게임 경제에서는 사용자의 이탈이 곧 자산의 소멸이다. 이런 사업에서 사용자를 주주로 묶는 것은 이념이 아니라 생존 설계다. 떠나면 자기 지분이 죽으니 머문다. 주식회사 구조로는 살 수 없는 락인이다. 핵심은 분산 자체가 아니라, 분산이 보상되는 사업이 따로 있다는 점이다.

흩어진 신뢰를 묶는 한 장의 스택

그래서 토큰 거버넌스가 작동하려면, 흩어진 보유자들이 신뢰할 공통 인프라가 먼저 깔려야 한다. 내가 프로토콜 경제라고 부르는 층이 이것이다.

먼저 정산의 단위가 안정적이어야 한다. 변동성 큰 자체 토큰만으로는 회사의 실제 매출과 비용을 적을 수 없다. 그래서 USDC 같은 스테이블코인이 회계 통화로 들어온다. 다음은 결제의 자동화다. x402는 HTTP 402 응답 코드를 되살려, 사람의 승인 없이 기계가 직접 대금을 치르게 하는 결제 규약이다. 에이전트가 API를 호출하면서 그 자리에서 정산하는 구조다. 그 위에 신원과 평판이 얹힌다. ERC-8004는 이더리움 생태계에서 논의 중인 에이전트 신원, 평판 표준인데, 합의된 최종 규격이라기보다 아직은 방향성에 가깝다는 점은 분명히 해둔다. 마지막으로 기여 기록을 자산으로 굳히는 토큰화가 있다.

이 다섯이 따로 놀면 잡음이지만, 하나의 스택으로 쌓이면 의미가 달라진다. 스테이블코인이 회계를, x402가 결제를, 온체인 평판이 신뢰를, 토큰화가 소유권을 맡는다. 사용자에게 지분을 나눠준 회사가 무너지지 않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누가 얼마를 기여했는지, 그 대가를 어떻게 치를지가 사람의 중재 없이 장부에 적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사용자인가 설계자인가

이 스택을 누가 표준으로 굳히느냐가 다음 10년의 좌표다. 미국 빅테크는 결제 인프라를 장악하려 들고, 이더리움 생태계는 신원과 평판 규격을 선점하려 한다. 글로벌 결제망은 스테이블코인을 자기 레일 위에 올리는 중이다.

한국은 보통 이 표준의 사용자로 끝난다. 남이 만든 규격을 들여와 현지화하는 데 능했다. 그러나 토큰 거버넌스의 가장 검증된 실험장은 사실 한국에 있었다. 게임이다. 수천만 명이 게임 내 재화로 거래하고, 길드라는 이름의 DAO를 운영하고, 아이템에 소유권을 주장해온 경험은 어느 나라보다 두껍다. 콘텐츠 IP와 금융 인프라, 게임 경제 설계라는 세 강점이 한 사회에 겹쳐 있는 곳은 드물다.

부산을 떠올린다. 게임 산업과 블록체인 특구 논의가 공존하는 이 도시는, 사용자가 주주가 되는 콘텐츠 경제의 표준을 시험하기에 나쁘지 않은 좌표다. 문제는 토큰을 발행할 용기가 아니라, 그 토큰이 정직하게 정산되는 장부를 설계할 의지다.

성능보다 먼저, 신뢰의 표준

토큰으로 펀딩하는 회사를 코인 발행으로 읽으면 거품만 보인다. 정산 장부로 읽으면 거버넌스의 재설계가 보인다. 사용자가 주주가 되는 구조가 번지는 것은 더 민주적이어서가 아니라, 사용량이 곧 자산인 사업에서 사용자를 붙잡는 가장 단단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AI 에이전트가 그 사용자 자리에 들어오면 판이 한 번 더 커진다. 기계가 기여하고 정산받고 투표하는 회사에서, 우리가 먼저 설계해야 할 것은 에이전트의 성능이 아니다. 누가 무엇을 기여했고 무엇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를 다투지 않고 합의하게 만드는 것, 신뢰의 표준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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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콜 경제 설계자

Web3는 코인이 아니라 신뢰의 배관이다. 에이전트가 거래하는 시대의 정산을 설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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