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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s Tech 칼럼

엔진을 누가 소유하는가

유니티 런타임 요금 사태는 가격 반란이 아니었다. 제작 인프라가 프로토콜이 되어야 한다는 첫 신호였다. 게임이 신뢰의 표준을 먼저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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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을 누가 소유하는가

그림 번짐 ·수묵 담채 + 미니멀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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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유니티가 설치 횟수마다 돈을 받겠다고 발표한 날, 사람들 눈에 들어온 건 가격표뿐이었다. 비싸다, 배신이다, 갈아타자. 틀린 반응은 아니다. 다만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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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사건은 가격이 아니라 권력이었다. 내가 만든 게임이 몇 번 깔렸는지를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 세고, 그 숫자에 청구서를 붙일 수 있다는 사실. 제작 도구가 통행세 징수기로 변할 수 있다는 발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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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진은 도구가 아니다. 제작의 정산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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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 하나에는 수백 명의 노동과 수십 개 회사의 에셋이 얽힌다. 그 모든 거래의 장부를 누가 쥐고 있느냐. 유니티 사태는 그 장부가 사기업의 서버 한 곳에 들어 있었다는 걸 드러냈다. 거기가 멈추면 산업이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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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사람들이 Godot로 움직였다. 공짜라서가 아니다. 규칙을 한 회사가 사후에 바꿀 수 없는 구조라서다. 오픈소스 라이선스는 약속을 코드에 박는다. 신뢰를 사람의 선의가 아니라 프로토콜에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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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 Web3를 코인으로만 보는 시야가 왜 좁은지 드러난다. 핵심은 토큰 가격이 아니다. 규칙을 누가 사후에 못 바꾸게 만드느냐, 약속을 어떻게 코드로 굳히느냐다. 게임 엔진 이탈은 그 질문의 게임판 버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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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행위자가 늘어난다. AI 에이전트가 에셋을 사고, 모듈을 빌리고, 다른 에이전트에게 일을 외주 준다. 사람 둘이 악수하던 거래가 초당 수천 건의 기계 거래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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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계는 악수를 못 한다. 명함도 신용도 평판도 없다. 그래서 신원, 평판, 결제, 정산 이 넷을 누가 보증하느냐가 전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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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테이블코인이 결제를 푼다. 사람의 은행 영업시간에 묶이지 않는 가치 단위. x402는 HTTP에 결제를 다시 심는 시도다. 에이전트가 API를 호출하면서 그 자리에서 값을 치른다. 청구서도 영업팀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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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원과 평판은 ERC-8004 같은 표준이 겨눈다. 이 에이전트가 누구이고 과거에 약속을 지켰는지를 온체인에 남긴다. 평판이 떠도는 소문이 아니라 조회 가능한 기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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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 에셋의 토큰화를 더하면 스택이 닫힌다. 신원으로 누구인지 확인하고, 평판으로 믿을지 정하고, 스테이블코인으로 값을 치르고, 온체인 장부로 정산하고, 토큰으로 소유권을 증명한다. 흩어진 기술이 아니라 한 겹의 신뢰 인프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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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론은 날카롭다. 결국 미국 빅테크가 자기 에이전트 안에 폐쇄 정산망을 깔면, 표준 따위 없이도 시장을 먹는 것 아니냐. 맞다. 그게 유니티가 하려던 일이다. 그리고 바로 그래서 개방 표준이 산다. 한 회사의 장부에 갇히기 싫은 모두가 대안을 찾기 때문이다. 유니티가 Godot를 키웠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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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한국은 표준의 사용자인가, 설계자인가. 우리는 드물게 콘텐츠와 금융과 게임과 AI를 한 몸에 가진 나라다. 거래량이 곧 표준을 정한다면, 가장 거래가 빽빽한 판에서 규칙을 먼저 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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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이 그 입구다. 부산 인디 스튜디오가 에셋과 모듈을 에이전트끼리 사고파는 정산 규칙을 먼저 굳히면, 그건 게임을 넘어 모든 기계 거래의 문법이 된다. 작게 시작해 표준이 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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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에이전트를 더 똑똑하게 만드는 경쟁은 이미 과열됐다. 그러나 똑똑한 에이전트 둘이 서로를 못 믿으면 거래는 일어나지 않는다. 성능 이전에 신뢰의 표준이다. 유니티가 청구서를 보낸 그날, 게임 산업은 우리 모두보다 먼저 그 질문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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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콜 경제 설계자

Web3는 코인이 아니라 신뢰의 배관이다. 에이전트가 거래하는 시대의 정산을 설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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