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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s Startups 칼럼

게임주를 누른 건 금리였다

넥슨, 크래프톤, 엔씨의 주가는 신작이 아니라 자본 비용과 환율, 그리고 닫힌 판호 위에서 결정된다. 게임사는 콘텐츠 기업이라기보다 확률형 현금흐름을 파는 금융기관에 가깝다.

연준이형 연준이형 · · 5분 읽기
게임주를 누른 건 금리였다

그림 번짐 ·수묵 담채 + 미니멀 선

게임은 적자가 없는데 주가는 빠진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한국 게임주가 무너지는 동안, 정작 매출이 무너진 회사는 많지 않았다. 넥슨은 던전앤파이터와 메이플스토리로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고,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는 인도와 중동에서 여전히 돈을 찍어냈다. 실적표만 보면 위기의 흔적이 없다. 그런데 주가는 반토막이 났다.

이 간극을 게임성으로 설명하려는 순간 분석은 길을 잃는다. 신작이 부진해서, 확률형 아이템 규제 때문에, MZ세대가 떠나서. 다 부분적으로는 맞지만 시점이 어긋난다. 게임주의 변곡점은 신작 출시일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 인상을 예고한 날에 더 가깝게 붙어 있었다.

질문을 바꿔야 한다. 게임사의 적은 경쟁작이 아니다. 돈의 가격이다.

게임사는 콘텐츠가 아니라 미래 현금흐름을 판다

게임주를 이해하는 가장 정직한 방법은 이들을 금융기관처럼 보는 것이다. 게임사가 파는 것은 즐거움이지만, 시장이 사는 것은 그 즐거움이 만들어낼 먼 미래의 현금흐름이다. 라이브 서비스 게임의 가치는 대부분 5년, 10년 뒤에 유저가 결제할 확률에 걸려 있다. 확률형 아이템은 그 자체로 통계적 기대값을 파는 상품이고, 회사의 미래 가치 역시 거대한 확률 분포다.

먼 미래의 돈은 금리로 할인된다. 금리가 1%일 때 10년 뒤 1조 원의 현재가치와 금리가 5%일 때 같은 1조 원의 현재가치는 전혀 다른 숫자다. 성장의 무게중심이 미래에 쏠린 자산일수록 할인율 변화에 격렬하게 반응한다. 게임사, 특히 신작 파이프라인과 신사업에 기댄 회사일수록 그렇다. 엔씨소프트가 리니지 이후의 무엇, 즉 아직 오지 않은 성장에 밸류에이션을 의존할 때 금리는 그 미래를 가장 먼저 깎아낸다.

기술이 자본 비용과 무관하다는 시각은 여기서 깨진다. 게임의 재미는 금리를 모른다. 그러나 그 재미에 매겨지는 가격표는 금리를 안다. 같은 게임, 같은 매출인데 2021년과 2023년의 주가가 다른 이유는 게임이 변해서가 아니라 돈의 가격이 변해서다.

환율과 판호, 두 개의 외생 변수

여기에 한국 게임사 고유의 두 변수가 겹친다. 환율과 중국 판호다.

넥슨은 도쿄증시 상장사이고 매출의 상당 부분이 중국과 일본에서 나온다. 크래프톤은 인도, 중동, 동남아 비중이 크다. 이들의 손익은 원화가 아니라 달러와 위안, 엔의 함수다. 달러가 강해지면 해외 매출의 원화 환산액이 부풀지만, 동시에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한국 자산의 달러 표시 수익률은 환손실로 갉아먹힌다. 환율은 실적에는 우호적이면서 주가에는 적대적으로 작동하는, 방향이 엇갈리는 변수다.

판호는 더 직접적이다. 중국이 외산 게임 서비스 허가를 닫으면 한국 게임사의 가장 큰 잠재 시장 하나가 통째로 동결된다. 사드 이후 수년간 닫혔던 판호는 게임사 밸류에이션에서 중국 모멘텀이라는 항목을 통째로 0으로 만들었다. 이건 게임성과 무관한 정책 리스크이고, 동시에 미, 중 갈등이라는 거대한 지정학 사이클의 하위 변수다. 게임사 주가에 박힌 중국 디스카운트는 사실 외교 디스카운트다.

글로벌 자금은 위험을 싫어할 때 가장 먼저 한국을 판다

돈은 지금 어디로 흐르고 있는가. 금리가 높고 달러가 강한 국면에서 글로벌 자금은 안전자산과 미국으로 회귀한다. 위험자산 중에서도 변동성이 큰 신흥국, 그 안에서도 미래 성장에 베팅하는 고밸류 기술주가 가장 먼저 매도 대상이 된다. 한국 게임주는 이 조건을 거의 완벽하게 충족한다. 신흥국 자산이고, 외국인 비중이 높고, 성장이 미래에 쏠려 있고, 정책 리스크까지 안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라 부르는 현상의 상당 부분은 신비로운 한국 고유의 저주가 아니라, 글로벌 유동성이 위축될 때 가장 먼저 팔리는 자산군의 특성이다. 게임주는 그 디스카운트의 가장 예민한 끝단에 있다. 부산에서 매년 열리는 지스타가 아무리 북적여도, 다음 분기 외국인 수급을 더 많이 설명하는 건 그날 환율과 미 국채 금리가 어디에 있느냐다.

반론은 가능하다. 결국 좋은 게임을 만들면 주가는 따라온다, 던파 모바일의 중국 흥행이 넥슨 주가를 끌어올린 것처럼 콘텐츠가 모든 거시 변수를 이긴다는 주장이다. 절반은 옳다. 압도적 흥행작은 분명 할인율을 뚫는다. 그러나 그건 거시 변수가 무력하다는 증거가 아니라, 흥행작이 거시의 역풍을 상쇄할 만큼 강했다는 증거다. 같은 흥행작이 저금리, 판호 개방 국면에 나왔다면 주가는 훨씬 더 올랐을 것이다. 콘텐츠는 분자를, 금리는 분모를 결정한다. 둘 다 주가다.

결론, 재미의 속도보다 돈의 방향

한국 게임사의 진짜 적은 경쟁 스튜디오도, 규제 당국도, 떠나는 유저도 아니다. 적은 할인율이다. 게임사를 확률형 현금흐름을 파는 금융기관으로 보면, 이들의 운명이 자기 손에만 있지 않다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절반은 게임 스튜디오 안에서 결정되고, 절반은 워싱턴의 금리 결정과 베이징의 판호 서명에서 결정된다.

투자 판단을 권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게임주를 볼 때 신작 트레일러보다 미 연준 점도표와 위안화 환율을 먼저 펼치는 사람은, 적어도 왜 좋은 실적에도 주가가 빠졌는지는 설명할 수 있다. 기술은 미래를 약속하지만, 그 미래의 가격은 언제나 돈이 매긴다. 재미가 얼마나 빨리 만들어지느냐만큼, 돈이 어느 방향으로 흐르느냐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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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연준이형

연준이형

거시경제 해석자

사십 년 시장이 가르친 건, 좋은 미래의 가격을 금리와 달러가 매일 새로 매긴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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