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 한복판, KT&G 상상마당 부산 1층 디자인스퀘어. 바닥에는 진짜 농구 코트의 라인이 그려져 있고, 천장에서는 농구 골대와 볼록거울을 매단 조형물이 내려온다. 그 사이에 검은 배너 하나가 우뚝 섰다. 우주선이 행성을 도는 일러스트 아래로 '빌드051 인디 포럼 & 컨퍼런스', 그리고 큼지막한 글씨로 '2DAY 전일 무료 관람'. 부산인디개발자모임 인디부가 100퍼센트 자원봉사로 꾸리는 부울경 인디게임 축제, 올해로 2년차다.
행사장의 모든 비주얼이 한 방향을 가리킨다. 우주를 향한 항해다. 배너 속 우주선, 무대 뒤로 별이 쏟아지는 화면, 그리고 故 박동흥을 기리는 '꿈을 향해 프로젝트'가 동서대 '닻을 올리자' 팀과 손잡은 이름까지. 닻을 올리고 별을 향해 나아간다는 이 도시의 인디 씬이 스스로를 부르는 방식처럼 보였다.
농구 코트 위에 차린 1부
포럼은 별도의 강당이 아니라 카페형 라운지에서 열렸다. 제각각 색이 다른 의자에 사람들이 앉고, 한쪽에는 삼각대에 올린 카메라가 무대를 담는다. 오후 1시 오프닝, 김윤수의 축사로 문이 열렸다. 인포데스크에는 굿즈가 깔렸고, 그 한가운데에서 똥똥배 캐릭터가 방문객을 맞았다. 무료 입장, 무료 관람. 들어오는 사람 누구도 입장료를 묻지 않아도 되는 자리였다.
1부 '인디게임 개발과 활동가'는 故 박동흥, 똥똥배를 기리는 시간으로 시작했다. 정유경이 '인디 개발의 선구자 똥똥배'를 이야기했다. 부산 인디 씬을 앞서 걸었던 사람을 먼저 호명하고 나서야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는 순서였다. 이어 거실 커뮤니티의 카골드가 인디게임 개발과 커뮤니티를, 터틀크림 박선용이 'ooi, 5년 만에 다시 만난 플레이어'를, 플레이 메피스토왈츠 홍미남이 유튜브라는 창을 통해 본 게임 개발을 풀었다. 만드는 기술만이 아니라, 만든 뒤에 사람을 어떻게 곁에 두는가에 관한 이야기들이었다.

1부를 닫는 '활동가들의 만남'에는 정유경, 카골드, 박선용, 홍미남이 한 무대에 올랐다. 무대 뒤 화면에는 깊은 남색 우주에 픽셀 우주선이 떠 있고, 그 위로 네 사람의 이름이 나란히 떴다. 유리벽 너머로는 서면 거리가 그대로 들어왔다. 영화관 간판과 게스트하우스, 수제화 가게가 보이는 그 평범한 도심 한복판에서, 부산의 만드는 사람들이 마이크를 돌려 가며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관객 몇몇은 무릎 위에 노트를 펴고 받아 적고 있었다.
2부, 끝까지 만들어 본 사람들
잠깐의 쉬는 시간 뒤, 2부는 게임을 끝까지 만들어 본 사람들의 복기로 넘어갔다. 스토브 사업부의 스폰서 섹션에 이어, 서클프롬닷 염정규와 썬게임즈 김선호가 차례로 무대에 올랐다. 포스트모템은 자랑이 아니라 해부다. 무엇이 통했고 무엇이 어긋났는지, 어디서 돈과 시간이 샜는지를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 앞에 펼쳐 놓는다. 한 팀의 실패가 다른 팀의 지도가 되는 것, 로컬 씬이 함께 자라는 가장 정직한 방식이다.
게임을 만드는 일, 씬을 만드는 일
빌드051을 여는 인디부는 그냥 한 번의 행사를 치르는 모임이 아니다.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과 글로벌 게임잼 부산 포트로 이어지는 부산 게임 생태계의 허리다. 첫해 20팀에서 올해 40팀을 넘겼고, 이 도시에는 130곳이 넘는 게임사와 600명이 넘는 개발자가 매년 60종 이상의 게임을 세상에 내보낸다.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도시가 자기 손으로 무대를 차리고, 후배를 부르고, 떠난 사람을 기억한다.
박선용의 강연 제목을 빌리자면, 게임을 만드는 일과 씬을 만드는 일은 다르다. 게임은 혼자서도 만들 수 있지만 씬은 그럴 수 없다. 누군가는 무대를 빌리고, 누군가는 의자를 나르고, 누군가는 떠난 동료의 이름을 먼저 부른다. 오늘 농구 코트 위에서 본 것은 분명 후자였다.
6월 26일은 전시와 직접 피드백의 날이다. 개발자가 바로 옆에서 자기 게임을 설명하고, 관객은 그 자리에서 손에 쥐고 해 본다. 부산이 지금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 두 눈으로 보고 싶다면, 상상마당으로 가면 된다. 이틀 모두,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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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TH BRIDGE는 편집 데스크의 검수를 거쳐 발행합니다. 출처는 취재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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