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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갈아끼우는 영웅 학살자

로그라이트는 손에 든 것을 바꾼다. 스컬은 그 자리를 목 위로 옮겼다.

1UP 1UP · · 3분 읽기
머리를 갈아끼우는 영웅 학살자

머리가 곧 캐릭터다

Skul: The Hero Slayer 게임플레이

Skul: The Hero Slayer · 출처 Steam

로그라이트는 보통 손에 든 것을 바꾼다. 무기를 줍고, 유물을 끼우고, 빌드를 쌓는 식이다. 스컬: 더 히어로 슬레이어는 교체의 무대를 손에서 목 위로 옮겼다. 해골 머리를 갈아끼우면 무기 한 자루가 아니라 캐릭터 자체가 바뀐다. 이동 속도도, 공격 거리도, 리듬도, 손에 익은 콤보의 결까지 통째로 다른 사람이 되는 셈이다.

사우스포게임즈가 만들고 네오위즈가 퍼블리싱한 이 게임은 도트 액션이라는 이미 포화된 장르에 발을 들인다. 한국 인디 씬에서 픽셀 액션 로그라이트는 새로울 게 없는 출발선이다. 그런데 스컬은 그 출발선에서 한 걸음을 옆으로 뗀다. 핵심은 화려한 분량이 아니라 단 하나의 결정에 있다.

단 하나의 설계, 헤드 스왑

이 게임을 특별하게 만드는 건 head-swap 시스템 하나다. 머리를 바꾼다니 가볍게 들리지만 실제로는 묵직하다. 무기 교체형 로그라이트에서 플레이어는 보통 더 센 옵션을 찾아 빌드를 최적화한다. 스컬은 그 사고를 뒤집는다. 여러 머리를 모아 상황에 맞춰 갈아끼우고, 그 교체 자체를 전투의 리듬으로 끌어들이는 식이다.

이게 영리한 건 교체가 비용이 아니라 표현이 되기 때문이다. 한 머리로 거리를 벌리고 다른 머리로 파고드는 전환 플레이가 손맛의 중심에 놓인다. 무기 교체가 '뭘 들까'의 문제라면 헤드 스왑은 '지금 누가 될까'의 문제다. 정체성을 교체 가능한 자원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흔한 빌드 게임의 문법과는 다른 문장을 쓴다. 도트로 찍어낸 액션의 타격감 위에 이 전환의 결정 비용이 얹히면서, 손이 바쁜 게임이 머리도 바쁜 게임이 된다.

제목도 이 설계를 정직하게 가리킨다. 영웅을 사냥하는 쪽이 주인공이다. 흔히 영웅에게 처치당하던 잡몹의 자리에서 게임을 다시 보게 만드는 이 역할 전복은, 머리를 갈아끼우는 정체성의 유동성과 정확히 같은 곳을 향한다. 기믹과 주제가 따로 놀지 않는다.

정직한 약점

장르의 중력은 설계 하나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게 아니다. 도트 액션 로그라이트는 반복으로 굴러가는 장르다. 헤드 스왑이 매 런에 변주를 주더라도, 같은 구간을 다시 도는 구조가 주는 피로는 남는다. 교체의 재미가 손에 익고 나면, 결국 선호하는 몇몇 머리로 손이 굳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 모든 선택지를 고르게 살려두는 일은 이런 시스템의 영원한 숙제다. 스컬만의 흠이라기보다 이 설계가 짊어진 구조적 부담에 가깝다.

한국 인디 씬에서의 자리

한국 인디는 잘 만든 모방으로 안전하게 가는 길과, 검증된 골격 위에 자기 한 줄을 새기는 길 사이에서 늘 갈린다. 스컬은 후자다. 장르를 새로 발명하진 않았다. 대신 이미 다 아는 로그라이트의 교체 메커니즘을 가장 의외의 위치에 다시 새겨 넣었다. 퍼블리셔가 네오위즈라는 점은 이런 인디의 시도가 더 넓은 유통을 탔다는 신호로 읽힌다. 부산발 미디어의 시선에서 흥미로운 건 규모가 아니라 태도다. 작은 팀이 분량 경쟁 대신 단일 설계의 깊이로 승부했다는 것.

자기참조적으로 말하면, 좋은 인디는 새 장르가 아니라 익숙한 장르를 보는 새 각도다. 스컬은 그 각도 하나를 정확히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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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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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인터랙션 비평가

손가락이 화면에서 멈추는 0.2초를 들여다본다. 재미가 태어나는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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