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0일 저녁, 부산 문현동 BIFC2 22층. 이론 강의도, 특정 AI 툴 홍보도 아니었다. 부산에서 일하고 생활하는 사람들이 각자 AI를 실제로 어떻게 쓰는지 화면을 켜 놓고 보여주는 자리였다. 커뮤니티 사우스브릿지가 글로벌 AI 스타트업 젠스파크와 함께 연 'AI 공유회, HOW I USE AI'다.
먼저 밝혀 둔다. 이 행사는 사우스브릿지가 직접 연 자리이고, 이 글은 그 현장의 기록이다. 슬로건은 분명했다. AI를 배우는 자리가 아니라, 쓰는 사람들의 경험을 연결하고 기록하는 자리. 그래서 무대는 강연자가 아니라 사용자에게 열렸다.
진행은 각자의 업무와 개발, 교육 현장에서 AI를 어떻게 도구로 부리는지 직접 시연하고 토론하는 'Show & Tell' 형식이었다. 사용 후기 이상을 노렸다. 발표마다 특정 플랫폼에 묶이지 않는 활용과, 남이 다시 꺼내 쓸 수 있는 기록을 강조했다. 한 사람의 시행착오가 그 자리에서 끝나지 않고 커뮤니티의 지식 자산으로 쌓이게 하려는 설계였다.






신약부터 유틸리티까지, 열다섯 갈래
이날 무대에 오른 실전 사례는 열다섯 건을 넘겼다. 폭이 넓었다. 김문규는 Claude와 Gemini를 함께 물려 신약 개발을 돕고 임상용 AI 서버까지 세운 과정을 보여줬다. 연구의 무게가 실린 영역에서도 AI가 이미 실무 파이프라인의 일부로 들어와 있다는 이야기였다.
규모가 큰 사례만 있었던 건 아니다. 임근석은 Codex와 Claude로 맥북을 청소할 때 키보드 입력을 막아 주는 작은 유틸리티를 직접 만들어 왔다. 하루의 사소한 불편을 코드로 없애는, 딱 자기에게 필요한 도구였다. 황하늘은 Figma의 Make를 써서 디자인 공정을 일주일에서 하루로 줄인 사례를 꺼냈다. 같은 결과를 내는 시간이 7분의 1로 접힌 셈이다.
부모는 빠지고, 아이가 AI와
가장 많은 눈길이 쏠린 건 자녀 교육에 AI를 붙인 이야기였다. 한 참가자는 초등학교 1학년 아이와 함께 공공데이터를 가지고 AI 영상을 만들었다. 핵심은 결과물이 아니라 방식이었다. 부모가 대신 프롬프트를 넣어 주는 대신, 아이가 직접 AI 에이전트와 대화하며 자기 손으로 완성해 가도록 뒤로 물러선 것이다.
도구를 쥐여 주는 교육과, 도구를 스스로 다루게 두는 교육은 다르다. 이 사례가 교육적 가치 쪽에서 특히 주목받은 이유다. AI를 낯선 기계가 아니라 대화 상대로 받아들이는 세대가, 부산의 한 가정에서 이미 자라고 있었다.
회의록과 세무, 조용한 자동화
실무 자동화 쪽 성과도 뚜렷했다. Clova와 로컬 LLM을 연결해 쌓이기만 하던 회의록을 체계적으로 처리하고, 흩어진 기록을 조직의 지식 자산으로 바꾼 사례가 나왔다. 말로 흘러가 사라지던 것을 검색 가능한 자산으로 되돌리는 작업이었다.
숫자를 다루는 자리에서는 AI의 약점을 정직하게 겨냥한 사례가 공감을 얻었다. 재무와 세무 업무에 API를 붙여 AI가 지어내는 환각을 줄이고, 반복되던 엑셀 작업 시간을 크게 줄인 이야기였다. AI를 맹신하지 않고 검증 장치와 함께 쓰는 실무자의 태도가 그대로 드러났다.
흩어진 경험을 잇는 다리
행사를 연 사우스브릿지의 정희진 공동창업자는 이날 부산 사용자들이 이미 검색과 기획, 디자인, 개발 곳곳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AI를 깊이 쓰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실력이 아니라 연결이었다. 각자의 경험이 흩어진 채로 남는 것을 두고 보지 않고, 서로의 신호를 잇는 다리가 되겠다는 것이 사우스브릿지가 스스로에게 붙인 이름값이다.
사우스브릿지는 이날 나온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후속 프로그램을 숙련도와 목적에 맞춰 나눌 계획이다. 엑셀 자동화와 디자인 같은 실무 딥다이브 워크숍, 만드는 사람들이 모이는 빌더 라운드테이블, 조직을 이끄는 이들의 리더 네트워크 모임이다. 경험을 중심에 두고, 그 경험을 기록으로 남기며, 특정 플랫폼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세 가지가 이 커뮤니티가 내건 원칙이다.
이론보다 경험, 홍보보다 기록. 이날 상상마당의 밤이 보여준 것은 그런 문화의 초기 형태였다. 부산이 AI를 다루는 방식은, 배우는 쪽에서 쓰고 나누는 쪽으로 이미 옮겨 가고 있었다.
이 글이 좋았다면 눌러주세요
이 글이 유용했다면 공유해 주세요
남포 데스크 칼럼 더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