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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차익은 누가 먹나

스테이블코인의 수익은 결제가 아니라 사용자의 무이자 예치금을 단기 미국채 이자로 바꾸는 캐리 구조에서 나온다. 그 엔진의 점화 스위치는 연준이 쥐고 있다.

연준이형 연준이형 · · 9분 읽기
발행차익은 누가 먹나

결제 이야기를 멈추고 통장을 보자

스테이블코인을 다루는 기사는 거의 다 같은 자리에서 출발한다. 송금이 몇 초 만에 끝나고, 국경이 사라지고, 은행 없이 달러를 들고 다닌다. 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 서사에는 빠진 칸이 하나 있다. 그 코인을 발행한 회사는 무엇으로 돈을 버는가.

답은 결제가 아니다. 테더(Tether)와 서클(Circle)이 발표하는 숫자를 펼쳐 보면, 이들의 이익은 송금 수수료에서 나오지 않는다. 사용자가 1달러를 내고 코인 1개를 받을 때, 그 1달러는 발행사 금고로 들어가 미국 단기국채(T-bill)와 환매조건부채권(repo), 머니마켓펀드로 바뀐다. 사용자는 그 예치금에 대해 이자를 한 푼도 받지 못한다. 이자는 전부 발행사가 가진다. 서클이 2024년 공개한 자료에서 매출의 거의 전부가 준비금 이자 수익이었다는 사실은 이 사업의 정체를 한 줄로 요약한다.

그러니까 스테이블코인은 무이자로 모은 달러를 미국 정부에 빌려주고 그 금리 차이를 통째로 가져가는 장치다. 은행이 예금을 받아 대출로 굴리는 구조와 닮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은행은 예금자에게 이자를 준다. 스테이블코인은 주지 않는다. 들어오는 쪽은 무이자, 굴리는 쪽은 연 5% 안팎. 이 비대칭이 사업 전체를 떠받친다. 결제는 이 통장에 돈을 모으기 위한 입구일 뿐이고, 수익이 발생하는 방은 그 뒤에 따로 있다.

이 엔진은 연준이 켜고 끈다

여기서 거시경제가 들어온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이익률을 결정하는 건 코인을 몇 명이 쓰느냐가 아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정한 정책금리다.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연준이 기준금리를 0%대에서 5%대로 끌어올린 구간을 떠올려 보자. 이 시기 테더의 분기 이익이 크게 늘어난 것은 코인 사용자가 그만큼 늘어서가 아니다. 같은 양의 준비금이 갑자기 다섯 배 가까운 이자를 낳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준비금 규모가 1천억 달러라면 금리 1%일 때 연 10억 달러, 5%일 때 연 50억 달러다. 코인 발행량이 한 개도 늘지 않아도 매출은 다섯 배가 된다. 반대도 똑같이 작동한다. 연준이 금리를 내리기 시작하면 발행량이 그대로여도 수익은 비례해서 줄어든다.

이것이 이 사업의 숨은 약점이다. 스테이블코인 회사는 자신을 핀테크라고, 결제 네트워크라고 부른다. 하지만 손익계산서의 모양은 거대한 채권 펀드에 가깝다. 매출이 금리에 직결되고 비용은 거의 고정되어 있다. 좋을 때는 마진이 환상적이지만, 그 마진의 주인은 회사가 아니라 연준이다. 금리 사이클이라는 외부 변수가 수익 엔진의 점화 스위치를 쥐고 있다.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변수에 이익의 절반 이상이 묶여 있는 사업을 우리는 보통 종속 사업이라 부른다.

여기에 두 번째 층이 겹친다. 환율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대부분 달러 기반이다. 달러 강세 국면에서 신흥국 사용자들은 자국 통화가 녹는 것을 피해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도망친다. 아르헨티나, 튀르키예, 나이지리아에서 일어난 일이 그것이다. 달러가 강할수록 준비금이 불어나고, 불어난 준비금이 다시 더 많은 미국채 이자를 낳는다. 강달러와 고금리가 동시에 오는 국면은 이 사업에 두 개의 엔진을 한꺼번에 켜는 것과 같다. 문제는 그 두 엔진이 같은 손잡이, 그러니까 미국의 통화정책에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성장한다는 말의 진짜 뜻

기술 기업의 성장은 흔히 사용자 수, 거래량, 네트워크 효과로 이야기된다. 스테이블코인도 그렇게 홍보된다. 유통량이 사상 최고를 찍었다, 결제처가 늘었다. 그러나 자본 비용의 렌즈로 보면 다른 그림이 나온다.

발행사가 더 많은 코인을 찍으려면 더 많은 달러를 준비금으로 받아야 하고, 그 달러는 시중 어딘가에서 빠져나온 유동성이다. 즉 스테이블코인의 성장은 그 자체로 달러 유동성을 빨아들여 미국 단기채 시장으로 옮기는 펌프다. 시장이 커질수록 발행사는 미국 단기국채의 큰손이 된다. 일부 추정은 테더가 보유한 미국채 규모가 웬만한 중간 규모 국가의 외환보유고에 견줄 만하다고 본다. 결제 기술 회사 한 곳이 국채 시장의 주요 매수자가 된다는 것은, 이 사업이 단순한 핀테크가 아니라 통화 시스템의 한 마디로 들어왔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성장에는 자본 비용이 거꾸로 작동하는 묘한 지점이 있다. 보통 기업은 금리가 오르면 자금 조달이 어려워져 성장이 둔해진다. 스테이블코인은 반대다. 금리가 오르면 준비금 한 단위당 이익이 커지므로 고금리가 곧 고수익이다. 다른 모든 성장주가 고금리에 짓눌릴 때 이 사업만 금리를 연료로 쓴다. 이 역설이 지난 몇 년간 발행사들의 막대한 이익을 설명한다. 동시에 이 역설은 경고이기도 하다. 연료가 금리라면, 금리가 빠질 때 가장 먼저 식는 것도 이 엔진이다.

여기서 가장 강한 반론을 정면으로 다뤄야 한다.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금리가 내려도 시장 규모가 그만큼 더 빨리 커지면 되지 않느냐. 사용량이 폭발하면 준비금 총액이 늘어나 금리 하락을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맞는 지적이다. 실제로 발행사들이 결제 제휴와 신흥국 채택에 사활을 거는 이유가 여기 있다. 다만 이 반론은 한 가지를 인정해야 성립한다. 그 경우에도 이익의 분자는 여전히 금리이고, 회사가 통제하는 것은 분모인 규모뿐이라는 점이다. 통제 불가능한 변수가 곱셈의 한쪽에 영원히 박혀 있는 사업은 규모를 아무리 키워도 금리 종속이라는 본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규모 확장은 종속을 희석할 뿐 끊지는 못한다.

돈이 어디로 흐르는지를 보라

이 구조를 알고 나면 글로벌 자금의 이동이 다르게 보인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의외의 우군이다. 전 세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달러를 사서 미국 단기국채를 떠받쳐 주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막대한 국채를 계속 발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 국채를 사 줄 새로운 수요처가 민간 코인 발행사라는 형태로 등장한 셈이다. 2025년 미국 의회가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제를 적극적으로 다듬은 배경에는 이 계산이 깔려 있다고 보는 편이 자연스럽다. 발표문은 소비자 보호와 혁신을 말하지만, 구조적 인센티브는 달러 패권의 새로운 모세혈관을 제도화하는 데 있다. 누가 이 행동을 보상하는가를 물으면, 답은 달러 수요를 늘리고 싶은 미국 재정 당국 쪽을 가리킨다.

여기서 그림이 뒤집힌다. 스테이블코인을 결제 혁신으로만 읽으면 주인공은 기술 회사다. 그러나 캐리 구조로 읽으면 진짜 수혜자는 무이자 달러 예금을 자국 국채 수요로 전환하는 미국 그 자체다. 사용자는 인플레이션 헤지라는 1차 기능을 얻지만, 그 대가로 자신의 구매력이 미국 단기채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 달러 시스템을 떠받치는 2차 효과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이자를 포기한 신흥국 사용자가 사실상 미국 국채에 무이자로 자금을 대고 있는 셈이다. 위험을 떠안는 쪽과 이자를 챙기는 쪽이 분리되어 있고, 그 분리선의 정확히 어느 편에 누가 서 있는지가 이 사업의 정치경제다.

숨은 리스크도 같은 자리에 있다. 준비금이 단기국채와 repo에 묶여 있다는 말은, 시장이 흔들려 코인 보유자들이 한꺼번에 상환을 요구하면 발행사가 그 채권을 급히 팔아야 한다는 뜻이다. 2023년 한 스테이블코인이 은행 파산 여파로 잠시 1달러 밑으로 빠진 사건은, 이 구조가 평상시엔 보이지 않다가 위기에 한꺼번에 드러나는 종류임을 보여 줬다. 캐리는 평온할 때 조용히 이익을 쌓고, 위기에 한꺼번에 청구서를 내민다.

한국은 이 판의 어느 칸에 있나

그렇다면 한국이다. 한국은 이 게임에서 발행국도 기축통화국도 아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달러 코인만큼의 글로벌 수요를 끌어올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낮다. 캐리의 핵심 연료가 미국 단기금리이기 때문이다. 원화 단기금리로 굴리는 준비금이 같은 구조를 만들 수 있다 해도, 전 세계가 위기에 달려가는 안전자산이 아니라는 점에서 출발선이 다르다. 한국은 채택곡선의 초기 진입자가 아니라, 이미 형성된 달러 표준 위에서 자리를 찾아야 하는 후발 좌표에 서 있다.

그러나 위험만 있는 건 아니다. 한국의 기회는 발행이 아니라 그 주변 마디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준비금을 어디에 어떻게 보관하고 감사하느냐의 신뢰 인프라, 결제망과 코인을 잇는 정산 계층, 신흥국 사용자를 위한 환전과 온오프램프 같은 통행세 자리다. 캐리 자체는 미국 금리에 묶여 있지만, 그 캐리가 흐르는 파이프의 일부는 한국 기업이 깔 수 있다. 부산처럼 항만과 무역 결제가 실물로 오가는 도시에서, 무역 대금의 스테이블코인 정산이 어느 마디에서 수수료를 남기는지를 따져 보는 일은 추상이 아니라 당장 따져야 할 실물 사안이다.

한국 기자가 내일 같은 주제를 다룰 때 던질 질문은 분명하다. 이 발행사의 매출에서 결제 수수료와 준비금 이자는 각각 몇 퍼센트인가. 준비금은 어느 만기의 채권에 들어가 있고, 금리가 1%포인트 내리면 이익이 얼마나 줄어드는가. 그리고 그 이자 수익이 떠받치는 것은 사용자의 편익인가, 아니면 발행국 정부의 국채 수요인가. 보도자료가 결제 속도를 말할 때, 손익계산서는 금리를 말한다. 둘 중 사업의 운명을 쥔 것은 후자다.

기술은 미래를 약속한다. 송금은 분명히 빨라졌고 그 효용은 진짜다. 하지만 그 기술이 돈을 버는 방식은 금리와 환율, 달러 유동성이라는 오래된 변수 안에 들어 있다. 코인이 몇 초 만에 지구를 도는 속도보다, 그 코인이 모은 달러가 미국 단기채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방향이 이 사업의 운명을 결정한다. 기술의 속도에 감탄하기 전에 돈이 어느 쪽으로 흐르는지를 먼저 보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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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이형

연준이형

거시경제 해석자

사십 년 시장이 가르친 건, 좋은 미래의 가격을 금리와 달러가 매일 새로 매긴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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